매거진 글밭

표준어를 생각한다

'택도 없는 소리'를 보며

by 김세중

한 경제신문 기사 제목의 '택도 없는 소리'가 눈길을 끌어당겼다. 택도 없는 소리는 많이 듣는 말이다. 어림도 없다는 뜻으로 이보다 더 알기 쉬운 말이 어디 있으랴. 상대의 말이 가당치 않아 가볍게 일축할 때 흔히 쓴다. 그런데 이 도 없는 소리이 국어사전에 있을까 슬며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찾아본 것인데 과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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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을 찾았더니 '택(擇)하다'의 어근이라고만 되어 있고 택도 없는 소리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택도 없는 소리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니 쓰지 말아야 하나. 그런데 다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이 있긴 있었는데 턱의 방언이라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말샘에 따르면 도 없는 소리는 방언이고 도 없는 소리라야 표준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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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국어사전이 시키는 대로 턱도 없는 소리라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택도 없는 소리라 말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도 없는 소리도 없는 소리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생생하고 느낌이 잘 와닿는다. 턱도 없는 소리가 표준어니 턱도 없는 소리를 써야 하고 택도 없는 소리를 쓰지 말라는 건 억지스럽기 그지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위 신문의 기사를 읽어 보면 기사 본문에는 턱도 없는 소리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발언 당사자인 서영교 의원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신문사에서 기사 제목을 정하면서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한 것이다. 아마 편집자는 국어사전에 택도 없는 소리가 없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거 같다. 당연히 국어사전에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국어사전에는 은 없고 만 있다. 우리 국어사전은 택도 없는 말을 표준어라고 들이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곧 표준어다. 좀체 쓰지 않는 말을 표준어라고 하고서는 쓰라고 권하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 봐야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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