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숲속길이 그저그만이다
경기도 오산에 마등산이 있다. 아마 오산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것 같다. 아니, 오산사람들이라고 다 알까 모르겠다. 그만큼 평범한 산이다. 우선 높이부터가 그리 대단치 않다. 해발 200미터가 채 안 된다. 마등산이라고 하나 제일 높은 봉우리가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아니다. 크고 작은 봉이 볼록볼록 곳곳에 솟아 있다. 제1봉, 제2봉, 제3봉, 제4봉, 제5봉, 지리봉, 국사봉, 장수봉 등을 모두 아울러 마등산이라고 한다. 오늘 이 마등산에서 제1봉, 제2봉, 제3봉, 제4봉, 지리봉을 밟아보았다. 나머지 제5봉, 국사봉, 장수봉은 다음으로 미뤄 두었다.
나는 오늘 왜 마등산을 찾았나. 서울에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청계산, 수락산, 불암산 등은 하나같이 이름난 명산이다. 모두 500미터가 넘고 북한산은 836미터나 된다. 대도시인 서울에 있는 산들이니 당연히 찾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에 북한산 백운대에 오르려면 좁은 바윗길에 줄을 서야 한다. 외국인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북적대기가 도심이나 진배없다. 서울의 주요 산들의 등산로가 대체로 그렇다. 그러나 이들 산 말고 수도권 곳곳에 있는 야트막한 무명의 산들엔 동네사람 외엔 잘 볼 수가 없고 동네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호젓함이 좋아서 오늘 오산으로 가 마등산에 올랐다.
과연 오산역에서 내려서 약 한 시간 만에 산 입구에 이르렀고 제1봉을 향해 숲속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가는 사람은 드문드문 있을 뿐이었고 갑자기 산중에 들어온 느낌이다. 여름이 시작됐지만 녹음이 우거져 있으니 더운 줄 모르겠다. 1봉은 이내 이르렀고 2봉은 조금 멀었다. 3봉은 끝이 살짝 가팔랐다. 갈림길이 있었다. 4봉으로 갈 거냐, 지리봉으로 갈 거냐. 지리봉으로 향했다. 지리봉에 이르니 전망이 탁 트이면서 도회지는 안 보이고 온통 산야가 펼쳐져 있다.
지리봉에서 국사봉 방향으로 가다가 국사봉으로 가지 않고 화성시 장지동 쪽으로 틀었다. 국사봉까지 갔다 오면 오후에 비 예보가 있는 터에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장지동 쪽으로 내려가다 산중에 움푹 파인 곳에 넓은 논이 펼쳐져 있었고 논에는 벼가 자라고 있었다. 묘한 풍경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자리한 논은 잘 보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논에서 어떤 움직임이 포착됐다. 오리떼가 일제히 떼지어 움직이는 것이었다. 급히 폰을 꺼내 그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다. 인기척에 놀라서 그랬을까. 논에 사는 오리떼도 모처럼 보는 것 같다. 논을 지나니 이번엔 넓은 밭에 개망초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또 한번 눈이 놀랐다. 왜 작물을 심지 않고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도록 놔뒀을까.
장지저수지가 나타났다. 멀리 아파트촌이 보였다. 저수지 옆으로 돌아서 다시 산중으로 향했다. 제4봉 올라가는 입구가 나타났고 그리로 들어가 다시 숲속길을 걸었다. 4봉에 오르니 역시 길이 여러 갈래였다. 장수봉으로 가는 길, 5봉으로 가는 길... 장수봉으로 가는 것도 역시 접었다. 5봉 쪽으로 가다가 절골약수터 가는 길로 들어섰다. 약수터는 등산로 입구 부근에 있었다. 보건당국에서 검사한 결과가 붙어 있었다. 4월 검사 결과 '적합'이었다. 두 바가지나 들이마셨다. 그 옛날 이곳은 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절골약수터란다. 지금은 절이 보이지 않지만...
마등산은 오산 시내에서 가깝지만 알고 보니 오산, 화성, 평택시가 만나는 곳에 있었다. 동탄에서도 가깝지만 만 오산 시내에서는 더욱 가깝다. 산속에 오솔길이 이리도 오밀조밀하게 나 있는 산은 잘 보지 못했다. 등산로 표지판도 잘 돼 있다. 봉마다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주위가 빼곡하게 주택지로 개발되었지만 이제 더 이상 마등산을 잠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산을 가까이 두고 있는 오산 시민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등산화를 신을 필요도 없다. 가볍게 운동화 차림으로 찾아도 된다. 산이 말의 등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마등산이라는데 이런 아기자기한 산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생각한다. 몇 년 만에 마등산을 갔는데 가기를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