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매스컴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정작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 있다

by 김세중

일전에 한 신문사 기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브런치에 쓴 내 글을 읽고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통화를 해보니 결혼 문화 관련 시리즈를 하는 중인데 내 사례를 보고 연락한 거라 했다. 작년 봄 나는 딸 결혼을 앞두고 한 동창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내 아이 결혼 소식을 어찌 해서 듣고 그는 왜 그걸 고교 동기회에 알리지 않느냐고 따끔하게 훈계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는데 왜 내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나 싶었다. 결국 내 심정을 브런치에다 썼고 그때 쓴 그 글을 기자가 읽고서 인터뷰를 요청해온 것이다. 브런치의 위력(?)을 나름 실감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기사가 났다. 과히 틀린 데는 없었지만 나는 축의금을 안 받은 건 아니고 결혼 소식을 최대한 줄여서 알렸을 뿐 축의금은 받았는데 본보기 사례의 맨 앞에 떡 나오니 조금은 멋쩍고 쑥스러웠다. 그러나 다 엎질러진 물이다. 그리고 내 생각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부담을 주는 건 최대한 억제하며 살아야 한다는 내 뜻 말이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딴 데 있다.


한 유력지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한 주제에 관해 기획 시리즈를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네 결혼문화 풍토가 너무나 세속적이고 물질 위주가 되지 않았나. 돌이켜 보면 수십 년 전인 1960년대나 1970년대부터 허례허식을 줄이자는 운동이 있어 왔다. 가정의례준칙은 그 대표적 예다. 5, 60년이 흘렀지만 지금 과연 허례허식은 줄어들었나. 동의가 되지 않는다. 자그만 예식장은 하나둘 사라지고 예식장들이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아니 무슨 무슨 예식장이라는 이름의 결혼식장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웨딩홀이니 컨벤션이니 하는 이름들로 가득하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뷔페 음식의 가짓수는 도무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결혼식장의 꽃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당연히 그 비용도 굉장하다.


물론 보도에서 언급되었듯이 모든 결혼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혼례를 치르진 않는다. 간소하게 치르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노웨딩'도 있단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소수에 지나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떠들썩하고 성대하게 치르는 걸로 보인다. 바로 신문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꾸어 보자고 이런 기획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독자가 굉장히 많은 매체인 만큼 호응하는 이들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나로서는 회의적이다. 기사가 잠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는 하겠지만 기사에 영향을 받아 방침과 태도를 바꿀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신문의 기획기사가 세상의 도도한 흐름을 바꾸어 놓진 못할 거라는 말이다.


이에 반해 필자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법조문 바로잡기는 만일 매스컴이 관심을 보인다면 세상에 큰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곧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민법 제2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2조(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일본 민법의 '信義に従い'를 엉뚱하게 잘못 번역한 결과이고 '신의를 지켜'라 해야 국어답다. 하다못해 '신의를 좇아'라고라도 해야 한다. 민법 제195조는 어떤가.


제195조(점유보조자)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 그 타인만을 점유자로 한다.


'받어'는 '받아'의 오자이다. 법조문에 오자가 있는데도 바로잡지 않고 지금도 그냥 그대로이다.


이런 오류가 수백 개나 있지만 지면 관계상 다 들어보이지 못해 두 개만 들어 보였다. 만일 우리 법조문의 현실이 이렇다는 것을 매체가 고발하면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쉽게 입법에 반영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이에 반대할 까닭이 있겠는가. 신문은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의금을 안 받은 건 아니고 최대한 연락할 곳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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