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잘 늙기가 쉽지 않다

염치만은 알아야 하는데

by 김세중

아침 지하철 2호선에서다. 9시가 좀 넘었을 때니 출근 시간은 막 지났어도 여전히 승객이 꽤 많았다. 그런데 경로석에서 뜻밖의 장면을 목도했다. 한 노인이 경로석 가운데에 앉았는데 짐을 좌우 좌석에 다 놓아 두었다. 세 자리를 혼자 다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우산은 비스듬히 기댄 채 세워서 출입문으로 사람이 드나드는 걸 가로막았다.


아마 자신이 열차에 탔을 때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했겠지만 계속 그렇게 한가하란 법이 있나. 어느 역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소지한 짐을 무릎 위에 놓는 게 싫어 옆의 빈자리에 놓았겠지만 우산까지 비스듬히 세워서 사람들의 승하차까지 불편하게 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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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염치가 있어 어느 역에서 한 노인이 타 자리에 앉으려 하자 비닐봉지를 들어 자리를 내주었다. 얼마 안 가 다른 역에서 나머지 한 자리마저 내주어 결국은 세 세람이 나란히 앉아서 가게 됐다. 그러나 끝내 비스듬히 기대 세운 우산은 바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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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남들에게 폐 끼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어느 역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에 무슨 불만이 있었던지 앞에 서 있는 승객을 향해 안내 방송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마구 쏟아냈다. 자기 허물은 돌보지 않으면서 남의 흠은 참지 못하는 성미인가 보다. 안내 방송에 정말 흠 잡을 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노인에게도 자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남들에게 빈축을 사는 부모도 마음으로 공경해야 하나.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노인이 젊은이보다 지식이 풍부하고 지혜가 앞섰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공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급속도로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는 지금은 노인이 젊은이보다 지식이 처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젊은이들로부터 공경을 받자면 도덕심에서만큼은 고개가 숙여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본받을 만하지 않다면 그저 노인은 천덕꾸러기로밖에 여겨질 수 없다. 한 노인의 어처구니없는 행동거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 늙기가 쉽지 않음을 알았다. 지식은 처지더라도 염치만은 알아야 하는데...... 그래야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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