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알코올 유감

알콜로 족하지 않은가

by 김세중

오늘 한 신문의 경제 섹션에 희한한 일이 있었다. 경제 섹션 1면에는 온통 無알코올이라 돼 있었는데 2면에는 무알콜이라 돼 있었기 때문이다. 왜 1면에서는 알코올이고 2면에서는 알콜인가. 다른 신문에서라면 몰라도 같은 신문에서 면에 따라 표기가 다른 것은 왜 그런지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1면은 교열기자가 교열을 했고 2면은 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2면도 교열을 했는데 단지 실수로 놓쳤을까. 의문이 좀체 풀리지 않는다.


alcohol이란 단어의 영어 발음은 국제음성기호로 [ˈæl kəˌhɔl]이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옮기면 앨커홀이다. 그러나 아무도 국어에서 앨커홀이라 하지 않는다. 알콜이라 하거나 알코올이라 한다. 영어 발음이 어떻거나 국어에서는 일찍부터 알콜이었다. 그런데 알코올은 뭔가. 왜 알코올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왜 알코올인지 의문을 느낄 텐데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되고 이에 따라 외래어 표기 용례집이 만들어질 때 생겨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만들던 사람들 중에서 알콜이 아니라 알코올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알코올이 됐다. 왜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졌을까. 화학 성분 중에 -ol이 있다. 수산기(水酸基)다. 수산기를 가진 화합물로는 메탄올, 에탄올, 프로판올 등이 있다. 이들의 총칭이 알코올이다. 메타놀, 에타놀, 프로파놀이라 하지 않고 메탄올, 에탄올, 프로판올이라 했으니 이들의 총칭도 당연히 알코올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메타놀, 에타놀, 프로파놀이라 하지 않고 메탄올, 에탄올, 프로판올이라 한 것부터 지나쳤다고 생각된다. 메탄, 에탄, 프로판이 결합해서 생긴 말임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메탄올, 에탄올, 프로판올이라 한 거다. 그 연장선상에서 알콜이 아니라 알코올이라 한 것이고.


그러나 누가 말을 할 때 어원까지 생각해서 말하나. 알콜에 대해 말할 때 알코이 결합한 말임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마 화학자밖에는 없을 것이다. 대중의 머릿속에는 알콜이 들어 있을 뿐인데 국어사전어문규범은 끝없이 알코올을 들이밀면서 그렇게 쓰기를 권한다. 오직 교열기자들만이 취재기자가 써온 알콜알코올로 고친다. 깜빡 잊고 놓치면 알콜로 나오고. 대중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알콜은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알콜을 쓰지 말고 알코올을 쓰라고 하는 것은 헛된 수고 같다. 알콜로 의사소통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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