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마장호수둘레길을 걸어보니

걷기에 그저 그만이었다

by 김세중

마장호수에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건 오래전에 들었다. 그러나 가보진 못했다. 출렁다리 하면 감악산출렁다리가 유명하고 출렁다리의 원조격인데 감악산출렁다리가 성공을 거두니 마장호수에도 출렁다리가 생긴 듯하다. 모두 파주시에 있다. 인공지능에게 경기도에서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해보라 하니 출렁다리가 있는 마장호수둘레길을 추천해주었고 오늘 마장호수를 찾았다. 몇 해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걷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걷지 않으면 도무지 견딜 수 없어 저절로 틈만 나면 걷기에 나선다.


마장호수는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와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걸쳐 있다. 기산리가 파주에도 있고 양주에도 있는데 두 기산리는 붙어 있다. 사실은 한 마을인데 서쪽은 광탄면에 속하게 되었고 동쪽은 백석읍에 속하게 되면서 행정구역상 두 구역으로 나뉘었다. 그런데 마장호수는 대부분 파주시에 속하고 동쪽 일부만 양주시에 있다.


전철을 타고 양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복지리로 간 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홍죽리 종점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18번을 타면 마장호수까지 바로 가지만 배차 간격이 워낙 뜸해 할 수 없이 그렇게 했다. 홍죽리 종점에서 마장호수까지 걷는 일도 간단치는 않았다. 우선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다. 소사고개였다. 도중에 다른 고개인 하우고개로 빠지는 길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소사고개로 향한 오르막이 시작됐다. 정상 부근에 거대한 절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사고개를 힘겹게 넘으니 바로 눈앞에 기산저수지가 펼쳐져 있었다.


마장호수도 저수지고 기산저수지도 저수지다. 그런데 왜 마장저수지라 하지 않고 마장호수라 하며 기산호수라 하지 않고 기산저수지라 하나. 애초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인 것은 같다. 그러나 마장'저수지'라 하기엔 온갖 보고 즐길 것들이 즐비한 관광명소였다. 자연히 이름도 마장호수가 더 어울린다. 홍죽리에서 소사고개를 넘으면 만나는 기산저수지도 사실 꽤나 넓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멀리서 보아도 저수지 둘레에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걷는 사람을 보긴 어려웠다. 주차장은 아예 거의 비어 있었다. 그러나 1킬로쯤 떨어져 있는 마장호수에 다가가니 오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기산저수지와 마장호수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였다.


마장호수에 이르기 전 개천 따라 난 데크길이 맛보기처럼 나 있었고 그곳을 지나니 드디어 마장호수둘레길이 시작되었다. 사람들로 여간 붐비지 않았다. 천천히 출렁다리 방향으로 호수 북쪽 데크길을 걷기 시작했다. 호수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산중 숲속에 큰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사교육원이었다. 그리고 뾰족하게 돌출한 지점을 지나니 갑자기 저 멀리 출렁다리가 보이지 않는가! 출렁다리는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출렁다리가 시작됐다. 말 그대로 출렁출렁했다. 출렁거리는 정도가 적당했다. 심하게 흔들리지도 않았지만 가만 있지도 않았다. 제법 출렁였다.


다리 끝에는 근사한 건물이 서 있었다. 전망대였다. 뾰죽하게 솟은 전망대는 오묘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주변에 앉아서 쉴 데도 널찍했고 화장실은 물론 팔각정 정자까지 있어 운치를 더했다. 둘레길을 한 바퀴 완전하게 돌기 위해 서쪽으로 난 둘레길을 걸었다. 선착장이 나타났다. 각종 탈것들이 출발하는 곳이다. 카누, 카약을 탈 수 있는 듯했다. 이미 호수에는 많은 배들이 떠 있었다. 물레방아가 있는가 하면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쉴 수 있었다. 어느덧 서족 끝 제방에 이르렀다. 제방길은 일직선이었다. 도중에 아래쪽으로 가파르게 난 긴 계단이 있었다. 지도상에 마장호수하늘계단이라 돼 있는...... 제방 끝에 이르니 다시 오밀조밀한 산책로가 시작됐다. 그리고 길이 굽어지는 곳 물가에 잉어들이 떼지어 노는 모습과 맞닥뜨렸다. 잉어들이 살고 있었다.


다시 출렁다리에 왔다. 이제 두 번째 출렁다리를 건넌다. 그리곤 아까와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마장호수둘레길을 완전히 일주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마장호수 동쪽 주차장쪽으로 난 그 길이 사람이 제일 많았다. 어느덧 주차장에 닿았다. 마장호수둘레길 4.5km를 한 바퀴 완전히 돌아보았다. 4.5km면 적당한 거리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리니 말이다.


마장호수는 대중교통으론 접근하기 까다롭고 자가용으로 가는 게 좋다. 대부분 그렇게 한다. 산속에 그렇게 큰 호수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호수 둘레 한 바퀴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데크길을 만들어 놓았으니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데를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산과 산 사이를 출렁다리로 연결하고자 한 발상도 훌륭했다. 마장호수는 출렁다리뿐 아니라 근사한 둘레길이 있어 한번쯤 꼭 와볼 만한 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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