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인천을 넘나들다
수도권의 끝 모를 팽창으로 산천경개가 바뀐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김포와 인천 검단은 특히 심한 것 같다. 김포는 40여년 전의 그 한적했던 시골 모습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고 곳곳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다. 그렇게 도시가 자꾸 새로 생겨나건만 어찌 김포골드라인은 왜 그렇게 자그맣게 만들어 지옥철이 되게 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예산이 부족해서라 하겠지만 그렇게 앞을 못 내다보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며칠 전 인천지하철 1호선이 계양역에서 검단호수공원역까지 연장 개통됐다기에 그것도 한번 타볼 겸 김포장릉과 가현산을 찾아 나섰다.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아라역에서 내렸다. 아라역은 이번에 새로 생긴 역이다. 아라역에서 김포장릉까진 2km 정도라 걸어갈만한 거리다. 역을 나와 큰길을 걷는데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러브버그가 나를 가로막았다. 여간 성가시지 않다. 날씨도 더운데......
아라역에서 장릉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장릉에 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워낙 오래 전이라 사실 처음 온 느낌이었다. 장릉은 章陵으로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그 왕후인 인헌왕후가 묻힌 곳이다. 광해군이 폐위되고 일약 왕위에 오른 인조는 세상 떠난 아버지를 왕으로 추존하였다. 원종이다. 양주의 흥경원에 묻혀 있던 아버지를 김포로 옮겼고 이름도 장릉으로 바꾸었다.
장릉은 여느 조선왕릉과 마찬가지로 잘 보존, 관리되고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가 어디 쉬운가. 매표소를 지나 능을 향해 걷다 보면 왼편으로 연못이 나온다. 장릉연지다. 그곳을 지나자마자 바로 홍살문이 나타나고 언덕에 원종과 인헌왕후의 무덤이 쌍릉으로 있다. 조선왕릉의 형태는 어디나 같다. 홍살문을 지나면 살짝 높은 신도와 그 옆의 어도가 있고 어도를 따라 걸어 정자각에 이르렀다. 제사는 정자각에서 지낸단다. 비각의 신도비에는 조선국원종대왕장릉인헌왕후부좌라 해서체로 적혀 있었다.
김포장릉은 능 자체보다는 장릉 안에 있는 산책로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꾸준히 줄을 지어 사람들이 걸어갔고 나도 따라갔다. 고즈넉하고 호젓해서 참 좋은데 항로가 하늘 위를 지나가고 있어 비행기가 끊임없이 날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 김포공항으로 착륙하려는 비행기들이었다. 장릉 남쪽 끝에 큰 연못이 있었다. 지도에 장릉저수지라 돼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연못은 능 가까이에 있는 장릉연지였다. 수련이 연못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장릉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입구에 있는 장릉역사문화관에 들렀다. 조선시대 마흔두 곳의 왕릉에 대해 보여주고 있었다. 장릉이 셋 있다. 영월에 단종이 묻힌 莊陵이 있고 김포에는 원종과 인헌왕후가 묻힌 章陵이 있고, 파주에는 인종과 인열왕후가 묻힌 長陵이 있다. 영월 장릉과 김포 장릉은 가보았으니 다음에는 파주 장릉을 가봐야겠다. 세 장릉 중에서 김포 장릉이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접근하기도 쉽다. 김포골드라인 사우역에서 내려 1킬로도 채 안 되니 말이다.
장릉을 나와 사우역까지 걸었다. 그리고 골드라인을 타고 마산역에 가서 이번에는 가현산을 향했다. 가현산은 서울에 오래 살다 김포로 이사 간 지인이 자주 찾는다고 해서 나도 언제 한번 가봐야지 했던 산이다. 마산역에서 걷기 시작해 1킬로쯤 걸었을까, 언덕을 넘으니 오른쪽으로 은여울공원이 나타났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니 낚시터가 나왔는데 구래낚시터였다. 등산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길이 참 얼기설기 많이 나 있었다. 처음 오는 곳이고 대체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몰라 덮어 놓고 보이는 대로 올라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오솔길로 올라갔다. 물론 큰길을 만나긴 했지만...... 사랑의쉼터라는 곳이 여러 갈래 길이 만나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가현정을 향했다. 가현정은 산중에 자리한 아름다운 팔각정이었다. 그곳을 지나 더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왔는데 갑자기 전망이 탁 트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특이했던 것은 정상석이 두 군데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는 215.3m, 다른 하나는 214.9m라 돌에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정상은 그 어느 것도 아닐지 모른다. 근처 높은 곳에 군부대가 있었고 그곳엔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묘각사쪽으로 하산했다. 묘각사에서 그만 길을 잘못 들었다. 묘각사삼거리에서 서낭당고개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삼거리에서 무장애 데크길을 보고 혹해서 그리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곳도 좋았다. 가현산약수터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약수를 실컷 마실 수 있었으니 말이다. 숲을 빠져나오니 낚시터가 있었다. 가현산낚시터였다.
그 후로는 소규모 공장지대였고 국궁장인 현무정을 지나 번화한 검단사거리역에 이르러 산행을 매듭지었다. 장릉 코스에 7.53km, 가현산 산행에 7.63km를 걸은 걸로 기록되었다. 오늘 하루 15km를 터벅터벅 걸었다. 이제 김포장릉이며 검단 지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장릉과 해발 200미터가 좀 넘는 가현산 같은 곳을 제외하면 택지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장릉과 가현산이 최후의 보루처럼 자연을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