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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인천대공원이 있다

어디 견주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공원이다

by 김세중

인천대공원에 가본 게 대체 얼마나 오래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오래 전에 가보았다. 오늘 비 내리는 토요일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과거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으니 사실 처음 간 거나 진배없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리니 대공원 가는 길이 잘 안내되어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공원 입구가 나타났고 공원 안으로 나 있는 대로를 줄기차게 걷기 시작했다. 길은 넓었고 차는 없었다.


어린이동물원, 궁도장을 지나니 점점 대공원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갑자기 빗줄기가 세져 백범광장 부근 매점 앞 야외 파라솔 테이블에 앉아 비를 피했다. 비가 멎어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드넓은 잔디밭을 앞에 둔 야외공연장이 있었고 거길 지나니 푸른 잔디밭에 나무들이 솟아 있고 잎이 큰 부용이 여간 화사하지 않았다. 어느새 동문주차장을 지나 동문에 이르렀다.


되돌아나와 다시 야외공연장이 있는 어울큰마당을 지났고 편의점과 함께 카페, 식당이 연못을 앞에 두고 있었다. 뒤에는 우람한 산이 서 있었으니 인천대공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관모산이다. 대공원의 호수 둘레를 걷기 시작했다. 길이 둘이다. 호수에 바짝 붙어 있는 아래쪽 길은 좁고 위쪽 길은 드넓다. 물을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어 아래쪽 길로 내려갔다. 인천대공원의 호수정원은 수풀이 울창하다. 과연 뜨끔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길이 좁아졌는데 그 좁은 길로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굵직한 뱀이 있는 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폰의 카메라를 켜서 찍으려고 하니 이미 뱀은 수풀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도망가야겠단 생각보다 사진을 찍어야겠단 생각이 먼저 드니 아직은 담이 좀 살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속으로는 혼비백산했다. 넓은 길로 나오니 비로소 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정문으로 향한 넓은 길을 가다가 정문에 못 미쳐 울산수목원 표지를 보고 그리 들어갔다. 대공원 북서쪽 구역은 수목원인 것이다. 수목원의 문은 솔문이었다. 왜 솔문일까. 얼마 전 국립수목원을 다녀왔었는데 그만은 못해도 인천수목원도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었다. 단 하나 흠은 주변에 대로가 있어 차량 소음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심했다. 다행히 무장애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차차 소음은 약해졌다. 어느덧 장미원에 이르렀다. 그곳엔 작은 연못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여간 평화롭지 않다. 아직 장미는 일부 피어 있었다. 장미원 옆에는 온실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칠 수 있나. 들어가보았다. 진기한 식물들이 온실 안에 그득했다. 선인장류를 비롯해 국립수목원에서도 보지 못한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정문으로 나 있는 큰길을 건넜다. 시민의 숲이었다. 숲속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시설이 곳곳에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가족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걷다 보니 내를 건너게 됐다. 장수천이다. 내를 건너서는 더욱 조용해지면서 습지원이 나타났다. 내 키만큼이나 큰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드디어 처음에 걸었던 대로에 이르렀다. 지도상으로 벚나무길이다. 치유의 숲을 향해 서서히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관모봉을 향해 길이 나 있었다. 그러나 관모봉까지 가진 못했다. 무엇보다 길에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물이 흘러내리는 건 잘 보지 못했다. 물을 피해 산길을 계속 오르기가 꽤나 불편했고 정상에 올라간들 구름 때문에 전망이 보일 리 없어 되돌아 내려왔다.


내려올 땐 백범광장 앞으로 내려왔다. 백범의 동상과 어머니 곽낙원 여사의 동상이 서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처음에 비를 피해 잠깐 쉬웠던 매점에 이르렀고... 얼추 인천대공원의 윤곽을 파악했다 싶다. 날이 맑을 때 다시 와서 관모산 정상에 올라야겠고 오늘 거의 못 가본 치유의 숲도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다. 하루에 다 보기에는 인천대공원은 너무나 넓었다. 뱀과 마주쳐 식겁하기도 했다. 그만큼 숲이 울창하다는 뜻이다. 인천대공원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어디 견주어도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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