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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외면당하는 국어사전

달라질 때가 됐다

by 김세중

기록적인 폭우, 폭염에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출하량이 줄어드니 값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 가격이 안정될까 걱정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보도하는 신문기사에서 눈에 띄는 표현이 있었다. 채소값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 하겠지만 국어사전을 보면 이게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국어사전에는 채소값은 없고 채솟값만 있다. 국어사전에 이라 돼 있는데 왜 신문에서는 이라 썼을까.


우선 국어사전에 채솟값이라 돼 있는 줄 몰라서 그랬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 채솟값이라 돼 있음을 알면서도 국어사전을 따르지 않고 채소값이라 썼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국어사전에 채솟값이라 돼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면 왜 그랬을까. 채솟값이라 쓰자니 이를 보고 당황해할 독자들이 떠올라 도저히 채솟값을 쓰지 않지 않았을까. 아무리 사전을 따르고 싶어도 독자들이 의아해하고 심지어 항의까지 할 것 같다면 사전을 따르고 싶겠는가. 만일 사전 따라서 채솟값이라 썼다가 독자들로부터 왜 채솟값이라 했느냐고 항의를 받는다면 난감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채솟값이든 채소값이든 국어사전에 오를 말이 아니다. 채소 가격을 국어사전에 올리지 않는 것처럼 채소 값이든 채소값이든 채솟값이든 국어사전에 오를 이유가 없다. 일테면 사탕값, 초콜릿값, 교복값, 자동차값따위를 국어사전에 올려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이런 말들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데 채소값이 왜 올라야 하나. 어떤 물건이든 파는 물건이면 값이 매겨질 수 있다. 물건 + 값구(句) 단어가 아니다. 구를 국어사전에 올려야 할 이유는 없다.


채소값을 국어사전에 올리는 것부터가 이렇듯 온당하지 않은데 거기에 사이시옷까지 넣어 채솟값이라고 국어사전 표제어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신문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 사이시옷 없이 채소값이라 쓴다. 더 이상 국어사전의 권위가 손상되기 전에 국어사전에서 채솟값을 내려야 하겠다. 따르지 않는 사전이 무슨 소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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