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모자 유착

아들바라기는 안 된다

by 김세중

유착(癒着)이란 말이 있다. 1번 뜻은 "사물들이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결합하여 있음."이고 2번 뜻은 생물학 전문용어로서 "서로 분리되어 있어야 할 생물체의 조직면이 섬유소나 섬유 조직 따위와 연결되어 붙어 버리는 일. 대개 염증의 치료 과정이 잘못되어 생긴다."이다. 유착의 유(癒)는 '병 나를' 유이고 착(着)은 '붙을' 착이다.


유착은 예전에는 정경유착이란 표현에서 많이 쓰였다. 정경유착은 정치와 경제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긴밀하게 결탁되어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어 있어야 마땅한데 긴밀히 연결되어 공생관계에 놓이는 것이 정경유착이다. 정경유착이 있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하다. 특혜를 입은 기업은 승승장구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어려움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정경유착은 떨쳐버려야 할 후진적 행태다.


가족 사이에서는 어떤가. 사람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 영유아 시절에는 절대적으로 엄마에 의존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차츰 홀로 서기 시작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완전히 독립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성장 경로이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도 꽤 있다. 특히 엄마와 아들 사이에 그런 경우가 상당하다. 이른바 아들바라기다. 아들이 성장하면 제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도록 한 발짝 떨어져서 도와주어야 마땅하지만 그걸 잘 해내지 못하는 엄마들이 간혹 있는 것이다. 아들에 깊이 집착해 한시도 떨어져선 못 살 것 같은 엄마 말이다.


그 정도가 심해 결국 아들의 가정이 파탄이 난 경우도 보았다. 아들이 결혼을 했건만 아들과의 절절한 관계가 조금도 손상당하고 싶지 않은 엄마는 며느리라는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며느리는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이 자기보다는 엄마한테 깊이 매여 있음을 알게 되고는 절망을 느끼고 결국 이혼에 이르고야 만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일이 아니다. 이혼까지는 안 가도 남편과 시어머니의 강력한 유착에 괴로워하며 사는 며느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60대 아버지가 30대 아들을 자기가 만든 총으로 쏴 죽이는 기가 막힌 사건이 일어났다. 유튜브에서 한 변호사가 이 사건에 대해 논평을 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끔찍이 여겼단다. 아들이 잘되는 것이 인생의 보람이요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60대 남자의 범행을 이렇게 풀이했다. 이혼한 아내에 대한 복수를 그녀가 그토록 아끼는 아들을 쏴 죽임으로써 했다고...... 물론 이는 한 변호사의 분석일 뿐 사실과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부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 자식 사이의 유착은 어린 시절로 족하다. 어린 시절에야 엄마와 아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러나 차츰 커갈수록 독립된 인격으로 존중해야 마땅하다. 적당한 거리는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그걸 인정치 않고 마치 유착이 사랑인 줄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는 중에 많은 비극이 잉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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