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은 온갖 생물이 공존해야
7월 29일이 세계 호랑이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7월 29일이 세계 호랑이의 날인가? 그것은 2010년 7월 2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호랑이 정상회의에서 세계 호랑이 보호를 위해 기념일을 제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때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호랑이가 자연에서 서식하는 13개 나라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 푸틴(당시 총리)이 참석했다고 한다.
13개국은 어떤 나라들인가? 러시아,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이다.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다. 호랑이는 아시아에만 사는 동물이다. 아프리카에는 호랑이가 원래 없었다. 호랑이는 이 13개 나라에서만 살았을까. 아니다. 훨씬 더 많은 나라에 호랑이가 살았다. 스탄이 붙는 중앙아시아 5개국은 물론 이란, 이라크, 튀르키예에까지 호랑이가 살았다고 한다. 이른바 카스피호랑이다. 카스피호랑이는 이미 멸종했다 한다.
호랑이 아종으로는 벵골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말레이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등이 있다 한다. 흔히 말하는 백두산호랑이는 시베리아호랑이에 속한다. 시베리아호랑이는 호랑이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다. 사실 호랑이는 이 땅에 오래전부터 살았다. 전국 방방곡곡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랑이를 그린 화가는 조선시대에 많았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는 그중 하나다. 虎는 '범 호'인데 한자로는 虎를 쓴 역사가 오래지만 원래 순우리말인 범을 썼다. 그러나 차츰 범을 호랑이가 대체해 갔다. 오늘날은 범을 잘 쓰지 않는다. 호랑이 자체도 멸종됐지만 말이다.
호랑이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지금 자연에 서식하는 호랑이는 불과 13개국의 5천여 마리밖에는 없지만 동물원에서 지내는 호랑이는 수십 개국에 1만~2만 마리 정도 추산된다고 한다. 야생 호랑이보다 동물원 호랑이가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한국에도 많은 동물원에 호랑이가 있다. 가엾은 호랑이다. 우리에 갇혀서 사육사가 주는 먹이나 받아먹으며 연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있는 호랑이는 사정이 좀 낫다. 무려 4.8헥타르에 달하는 호랑이 숲은 제법 자연적인 서식처 비슷하다니 말이다. 그만하면 제법 질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호랑이 정상 회의에서 10년 안에 야생 호랑이 개체를 두 배로 늘리자는 TX2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거의 그대로 됐다. 효과를 본 것이다. 다행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멸종된 지 오래니 우리와는 무관하다. 돌이켜 보면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야생동물이 급격히 줄었단다. 일제의 통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호랑이뿐 아니라 오늘날 남한에는 늑대도 멸종됐고 여우도 거의 그렇단다. 여우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나는 몇 해 전 인왕산에서 산양과 맞닥뜨린 적이 있다. 나와 잠시 눈을 몇 초 동안 마주치더니 황급히 산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산양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호랑이가 급격히 멸종해간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인간을 해치니까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호랑이 가죽으로 집안을 장식하려는 부자들의 욕구도 한몫했을 것이다. 일제는 호랑이가 조선의 기상을 대변한다 보고 포획을 독려했다고도 한다. 무엇보다 총의 발달이 호랑이 개체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왔을 것이다. 아무리 힘센 호랑이도 총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호랑이는커녕 늑대, 여우, 승냥이도 볼 수 없게 된 세상이다. 도무지 야생에 동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멧돼지가 좀 많이 있을 뿐. 하긴 짐승들뿐이 아니다. 어렸을 적 시골 논둑에서 새카맣게 날아다니던 메뚜기떼는 다 어디로 갔나. 농약의 등쌀에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의 날을 맞아 생태계 복원을 떠올려 본다. 지구별은 인간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온갖 생물이 공존해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인간이 탐욕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