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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이래서야

말의 규칙을 지켜야

by 김세중

약 40년 전인 1980년대엔 신문사에서 교열부가 무척 왕성했다고 한다. 지금보다 발행 면수도 훨씬 적었지만 많은 인원이 오류 없는 완벽한 지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교열부의 위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경영 효율성을 앞세우면서 교열의 중요성은 차츰 밀려났다. 많은 신문사가 교열을 용역에 맡기기 시작했다. 교열부가 편집국 안의 정식 부서로 남은 신문사가 많지 않은 줄 안다. 그 결과는 어떤가. 예전 같았으면 도저히 볼 수 없었을 오류가 이름 있는 신문에서도 튀어나온다. 예를 들면 이렇다.



뺏아간이란 단어를 보고 놀랐다. 당혹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뺏어간이 아니고 뺏아간이란 말인가. 순간 뺏아간이 표준어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워낙 신문은 정확하단 믿음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뺏았다가 아니라 뺏었다 표준어이듯이 뺏아간이 아니라 뺏어간이 표준어이다. 교열 기능이 살아 있었다면 진작에 바로잡혔겠지만 그런 기능이 발휘되지 못했기에 버젓이 뺏아간이라 나왔을 것이다. 간혹 같은 기사라도 인터넷판에는 잘못된 것이 종이신문에는 제대로 나오기도 한다. 누구나 무료로 보는 인터넷판에는 틀리게 내보내도 돈 내고 구독하는 종이신문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도 틀리는 경우가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물론 일상적으로는 스탠더드보다는 스탠다드가 더 입에 붙어 있을지 모르지만 규범상으로는 스탠더드가 맞다. 스탠다드를 관용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마땅히 스탠더드라야 하지 않는가.





신문은 사회적 공기(公器)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고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언어의 규칙을 반듯하게 지키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신문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 신문의 언어가 규범에서 일탈하는 만큼 우리의 언어생활도 어지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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