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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임

두음법칙을 내세우며 표준어를 강제해선 안 된다

by 김세중

에 대해 이야기하자니 옛날 노래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1970년대에 크게 히트했던 노래로 양희은의 내 님의 사랑은이란 노래가 있다. 곡조는 애잔했고 양희은의 음색은 청아하기 그지없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의 사랑은

철 따라 흘러간다

봄바람에 아롱대는

언덕 저 편 아지랑이

의 사랑은

철 따라 흘러간다

푸른 물결 흰 파도

곱게 물든 저녁노을

사랑하는 그대여

내 품에 돌아오라

그대 없는 세상

난 누굴 위해 사나


만일 이 노래를 의 사랑은이라 부르지 않고 의 사랑은이라 불렀다고 가정해 보자. 생각만 해도 노래 맛이 뚝 떨어지고 말 것 같다. 이 아니라 이라야 비로소 사모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떠오르고 그리움이 피어난다. 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만저만 크지 않은 것이다.


1970년대에 크게 히트했던 노래 중에 망부석이란 노래도 있다. 김태곤이 부른 대단히 흥겨운 노래인데 가사는 다음과 같다.


간밤에 울던 제비

날이 밝아 찾아보니

처마 밑엔 빈 둥지만이

구구만리 머나먼 길

다시 오마 찾아가나

저 하늘에 가물거리네

헤에야 날아라

헤야 꿈이여

그리운 내 계신 곳에

푸른 하늘에 구름도

둥실둥실 떠가네

높고 높은 저 산 너머로

내 꿈마저 떠가라

두리둥실 떠가라

오매불망 내 에게로


이 노래에서도 계신 곳에, 에게로가 나온다. 이 아니고이다. 한편 망부석과 함께 발표된 송학사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이 곡에도 또 이 나온다. 이 아니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 갈래

깊은 산속 헤매냐

밤벌레의 울음 계곡

별빛 곱게 내려 앉나니

그리운 맘 에게로

어서 달려가 보세


이런 노래들에서 한결같이 이 아니고 인 것은 무엇을 말하나. 이 아니면 안 되는 무엇이 있음을 뜻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당에 은 두음법칙에 맞지 않아 비표준어이고 이 표준어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어쭙잖은 법칙(두음법칙)을 들이밀며 사람들의 가슴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 욕구를 가로막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말은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다.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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