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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경안천 따라 걷기

광주에서 용인까지

by 김세중

일주일 전에 경안천을 따라 걸어 경안천습지생태공원까지 갔었다. 한 번은 초월역에서 곤지암천 따라 걷다가 경안천으로 들어섰고 또 한 번은 경기광주역에서 경안천 따라 걸어서 경안천습지생태공원까지 갔었다. 욕심이 났다. 경기광주역에서 남쪽으로 경안천을 따라 걸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기어이 실행에 옮겼다.


경기광주역에서 내리니 11시 5분 전이다. 오늘은 남쪽으로 걷는다. 목표는 용인중앙시장역까지 가는 거다. 말하자면 광주시에서 용인까지 경안천을 따라 걸어보는 거다. 물론 처음 가는 길이다. 아직 여름이라 그런지 경안천 산책로에는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 자전거 탄 사람들이 지나가는 정도였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45번 국도를 타고 용인과 광주 사이를 달려본 적은 있었지만 60대 중반에 걸어서 광주에서 용인까지라... 스스로 생각해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더위는 한풀 꺾였다 싶었다. 한 주 전만 해도 오후에 여간 덥지 않았다. 헉헉 거렸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한창 더울 한두 시에도 폭염이라고까지 생각되진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경사가 없는 평지였다. 비록 그늘길은 거의 없었지만 모자를 쓰고 가니 참을 만했다. 처음에는 경안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줄기차게 걸었다. 5킬로 정도 지났을 때 저절로 경안천을 건너게 되었다. 경안천 동쪽으로 난 길로 넘어갔다. 그 후론 줄기차게 경안천 동쪽 길로만 내달았다.


총 거리는 22~23킬로를 예상했는데 10킬로 정도 됐을 때였다. 아직 반도 못 왔다. 목이 칼칼했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GS25 안내 표지가 나를 유혹했다. 과연 산책로에서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었다. 1+1로 청량음료를 사서 두 캔을 바로 비웠다. 비로소 에너지가 충분히 보충된 느낌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삼거리 부근이었고 벌써 광주를 지나 용인으로 들어선 지 좀 됐다. 오포읍도 지나고 모현읍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놀라운 광경에 빠져들었다. 이제까진 그래도 간간이 집을 볼 수 있었지만 갑자기 깊고 깊은 산중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광주와 용인 사이에 이렇게 적막한 산중이 있다니! 나중에 알고 보니 경안천 서쪽에 달기산, 고시렁산, 건너산, 구만이산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었다. 모두 해발 200미터 전후의 고만고만한 산이었다. 그 구간은 그리 길지는 않았으나 아주 독특한 체험을 하게 해주었다. 집에 와서 이들 산에 등산로가 있는지 인공지능에 물어보았는데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 한번 등산도 해봄직하다 싶다.


머리 위로 고속도로다 싶은 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세종-포천고속도로였다. 이젠 반을 넘었다 싶었다. 갑자기 집들이 많이 보이고 사람까지 부쩍 많아졌다. 포곡파크골프장을 지날 때였는데 날씨도 좋고 하니 파크골프장은 여간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이제 확실히 용인권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하늘 위로 요인에버라인 경전철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에버라인 종점인 전대.에버랜드역이 부근에 있는 듯했다.


드디어 둔전역 밑을 지났고 이어서 보평역, 고진역이 차례로 나타났다. 확실히 광주시보다 용인시가 인구가 많다.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나란히 있는 경안천길에는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동시에 경안천의 폭이 한결 좁아졌다. 발원지에 점점 가까워지니 강 폭이 좁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변함없는 건 경안천 곳곳에 보이는 물새들의 모습이었다. 하이얀 물새, 색깔 있는 물새, 큰 물새, 작은 물새... 물새들은 경안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어디서든 모습을 보였다.


11시 좀 못 돼 경기광주역을 출발했는데 용인중앙시장역에 이르니 오후 6시 45분이었다. 거리는 22.5km, 걸음 수는 35,670보였다고 앱은 기록하고 있었다. 8월 마지막날 경안천 상류를 향해 원 없이 걸었다. 비록 발원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 경안천은 웬만큼 섭렵했다 싶다.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건강이 허락돼 있음이 다행이고 뚜벅이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길이 잘 닦여져 있음에 또한 감사한다. 궁금한 게 있다. 경안천 반대편에도 길이 끊어지지 않고 산책로가 있는지다. 언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달기산, 고시렁산, 건너산, 구만이산 등산도 해보고 말이다. 경안천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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