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 안에서도 다르니 어리둥절하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절 행사가 열렸다. 天安門을 KBS에서는 천안문이라 발음하고 MBC, SBS 등에서는 톈안먼이라 발음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은 제목에서 대문짝만하게 천안문이라 하는데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톈안먼이라 했다. 매체를 접하는 대중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어느 것을 따라야 하나. 필자는 이런 현상을 세대간의 차이라 진단한 바 있다. 50대 이상은 뇌리에 천안문이 깊이 박혀 있어 톈안먼이 생소하기만 하다. 절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천안문이든 톈안먼이든 매한가지고 중국어 원음에 가까운 톈안먼에 기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 한 신문을 보고 무척 뜨악했다. 9월 4일자 신문 1면 톱에 큼지막하게 천안문이라 쓴 조선일보인데 같은 신문 9월 5일자 기사 본문에 톈안먼이라 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마다 달리 적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적어도 같은 신문 안에서는 표기를 통일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기대가 허물어졌다. 신문사 안에도 구성원이 참으로 많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근무하고 있긴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나. 같은 신문이라면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천안문과 톈안먼의 경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한 회사 안에서도!
멀리 내다볼 때 천안문이 차차 밀리고 톈안먼이 점점 더 득세할 거라 예상은 하지만 톈만은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국어에 톈이라는 음절은 없다. 그런 소리가 쓰인 단어가 없다. 발음하기 너무 힘든다. 차라리 티엔이라면 몰라도 톈은 억지다. 텐안먼이라야 하겠다. 어떤 언어든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 외국어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발음하기 편하게 변형한다. 톈안먼은 발음하기 고통스럽다. 저절로 텐안먼이라 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