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항의 기간은 원고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
수표를 잃어버렸다 치자. 일이십만원짜리였다면 모르지만 만일 1억, 2억원짜리 수표였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민사소송법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공시최고절차를 두고 있다. 공시최고는 수표 등을 잃어버린 사람이 법원에 제권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에 공시최고의 공고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공시최고기일에 신청인의 제권판결신청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권판결을 선고한다. 그럼 수표는 무효가 되고 수표의 주인은 수표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절차를 밟을 때에 비로소 온전히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법은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절차도 두고 있다. 제권판결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법에 정해진 몇 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는 불복할 수 있다. 그런데 불복의 소를 제기할 때는 제491조에 따라야 한다.
불복의 소는 한 달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불변기간이기 때문에 법원이 재량으로 기간을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없다. 문제는 이 한 달이 언제부터 한 달이냐는 것이다. 제3항이 그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즉 제1항의 기간은 원고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라고 하고 있다. 법원이 제권판결을 한 날로부터 한 달이 아니라 불복의 소를 제기하는 사람이 제권판결 사실을 안 날부터 한 달 이내다. 양자는 완전히 다르다. 이에 대해 한 인공지능은 다음과 같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민사소송법 제491조 제3항의 표현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제권판결에 대한 불복의 소라면 제권판결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표현이 제권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안 날 또는 제권판결이 있었음을 안 날이어야지 어찌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이란 말인가. 이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다. 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뚜렷하다. 었이 들어가 있으면 한눈에 뜻을 파악할 수 있지만 었이 빠져 있어서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마치 앞으로 제권판결이 있을 거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는가!
우리는 말에 대해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가장 명료하고 정확해야 할 법조문 아닌가. "제1항의 기간은 원고가 제권판결이 있다는 것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라 써 놓고 "제1항의 기간은 원고가 제권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안 날부터 계산한다."라 이해하고 있는 건데 이런 엉성한 법조문은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바르지 않은 문장은 소통을 가로막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491조 제3항의 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