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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물'에 대하여

국어사전이 제구실을 해야 한다

by 김세중

생성물이란 말을 신문에서 보았다. AI가 생성해낸 것이 AI 생성물이다. AI 생성물은 진짜가 아닌데 진짜와 분간하기 힘들어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과연 AI 생성물은 앞으로 세상을 무척이나 어지럽힐 것이고 AI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만큼이나 AI 생성물로 인해 인간은 곤혹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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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나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생성물이라는 단어 자체에 관심이 간다. 생성물이 국어사전에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국어사전에 생성물이 있었다. 그런데 화학 전문용어로 뜻풀이되어 있었다.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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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들었다. 과연 생성물이란 말은 화학 용어로만 쓰였을까.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해 보았다. 생성물은 놀랍게도 1920년대부터 신문에 쓰이고 있었는데 화학 용어로만 쓰이지 않았다. 1935년 1월 30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우리朝鮮史에 잇어서 今日의奇形的形態는 바로 歷史的인 生成物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때의 생성물은 화학 용어가 아니다. '생성된 것'이라는 뜻으로서 화학과는 무관하다. 화학 용어로서의 생성물의 의미가 화학 밖으로 확장되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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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 100년 이상 국어에서 생성물이라는 말은 화학 용어로서 주로 쓰여 온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AI 생성물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화학과는 무관하게 그저 생성된 것이라는 뜻으로 쓰인 예도 물론 있고 AI의 등장과 함께 AI가 생성한 것이라는 뜻으로 생성물이 부쩍 쓰이게 됐다. 그 최초의 사례는 2023년 1월 30일 한국경제신문 기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날 신문의 기사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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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AI 시대다. 대체 AI가 뭐냐고 했을 때 콕 집어 답하기 어려울 만큼 AI는 날로 변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라는 말이 있다. 생성형이 아닌 AI도 있음을 암시한다. 생성형 AI도 무엇을 생성하는지 고정되지 않았다. 자꾸만 영역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질문에 말로 대답도 하지만 그림도 그려주고 프로그램도 짜주고 음악도 짓고 동영상도 만든다. 이렇게 AI는 날로 변모하는데 1990년대에 만들어진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여전히 그대로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당시 뜻풀이도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생성물이 화학 용어라고 했지만 이미 1935년 신문에 화학 용어 아닌 생성물이 쓰이지 않았나. 국어사전이 제구실을 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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