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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믿어도 좋은가

환각은 여전하다

by 김세중

나는 많은 운동경기 중에서 배드민턴을 참 좋아한다. 한때는 배드민턴에 미쳐 배드민턴 치는 재미로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쩌다 발목을 다친 후로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되고부터는 저절로 배드민턴에서 멀어졌다. 배드민턴을 팔로 셔틀콕을 치는 운동이지만 실은 발의 뒷받침 없이는 못하는 운동이다. 끊임없는 발놀림이 기본이다. 배드민턴 치는 건 그만두었지만 유튜브에서 배드민턴 경기를 보는 건 여전히 큰 즐거움이다.


최근 수원에서 2025수원빅터코리아오픈 배드민턴대회가 열렸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수원실내체육관에 와 우승컵을 놓고 겨루었다.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 선수는 아쉽게 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은 모두 한국팀이 우승했다. 홈경기라는 장점도 살렸겠지만 워낙 실력이 출중해서였을 것이다. 비록 안세영이 우승을 놓쳤지만 복식 제패는 한국 팬들을 기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궁금증이 들었다. 남자단식은 누가 우승했나? 남자단식에 대한 뉴스는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한국 선수가 남자단식 결승에 진출했다면 보도가 없었을까. 물으나마나 매우 떠들썩했을 것이다. 결승에서 이겼든 졌든. 그러나 한국 선수는 남자단식에 4강에도 들지 못했다. 남자단식 주요 경기에 한국 선수가 없어서인지 남자 단식 우승자가 누구인지는 기사 검색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인공지능에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온갖 답이 다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다양한 답을 인공지능이 쏟아냈는지 한번 보자.


한 인공지능은 한국의 전혁진 선수가 우승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언론에서 일제히 이를 크게 보도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어디서도 전혁진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혁진 선수가 우승했다는 소식은 인공지능의 환각(hallucination)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인공지능들에 물어보기 시작했다.



다른 인공지능은 싹싹하게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가 찾아본 자료에는 정확히 누가 우승했는지 나오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인공지능도 결국은 자료를 뒤져보고 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가 찾은 자료에는 남자 단식 우승자가 누군지 나와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능력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했으니 환각보다는 훨씬 낫다. 모르니 모른다고 한 것이다. 적어도 피해는 주지 않았다.



그런데 몇 인공지능은 일제히 인도네시아의 Jonatan Christie가 남자 단식에 우승했다고 답했다. 조나탄 크리스티라 한 데가 있는가 하면 조나단 크리스티라 한 데도 있고 한글 없이 영문으로 Jonatan Christie라 한 데도 있었다. 여러 군데서 이렇게 말하니 조금 믿음이 가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대답을 한 데도 또한 있었다. 덴마크의 Anders Antosen이 우승했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다. 그런데 이 Anders Antosen은 앞에서 Jonatan Christie가 우승했다고 답한 인공지능의 답에서는 준우승한 이다. 아마도 덴마크의 Anders Antosen은 준우승한 게 맞아 보인다.


필자를 배꼽 잡게 한 인공지능이 있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놀라게 했던 중국의 딥시크이다. 딥시크는 이렇게 말했다. 수원빅터코리아오픈 대회는 아직 개최되지 않았으며 2025년 11월말~12월초에 개최 예정이라고 했다. 환각도 이 정도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왜 이런 딥시크에 세계가 열광했는지 모르겠다.


국내 언론이 남자 단식 우승자에 대해서도 보도했더라면 이렇게 많은 인공지능에 물어보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물어보고 별별 답변을 다 들었다. 제대로 된 답을 한 곳도 있어 보였지만 환각을 유감없이 보여준 데도 있었다. 인공지능에 의존해서 과학수사도 하고 국방에도 이용한다는데 매우 위험한 일이라 여겨진다. 인공지능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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