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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씨

좋은 부모를 만난 아기는 훌륭한 인격으로 자라날 것이다

by 김세중

얼마 전 신문에서 놀라운 기사를 읽었다. 어떤 아파트에서 일어난 이야기인데 옆집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기다렸다가 조용해진 뒤에 나오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옆집을 준엄하게 훈계하는 게시문이 붙었다는 기사였다. 어쩌다 이렇게 인심이 사나워졌냐 싶어 몹시 씁쓸했다. 자기집 식구들이 아파트 문을 열고 외출하려고 할 때 옆집 사람이 나오는 게 귀찮고 성가실 수는 있겠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설령 속으론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걸 대놓고 옆집 보고 읽으라고 게시문을 써붙이다니 그 대담함이 놀라웠다. 그게 새로운 예의란 말인가. 그건 예의도 뭐도 아니고 그냥 지극한 이기심일 뿐인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엊그제 그런 모습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몸소 경험했다. 저녁 무렵 집에 혼자 있을 때였는데 현관 벨이 울려 문을 열어보았다. 한 미끈한 청년이 서 있었다. 얼굴이 뽀얀 미남자였다. 000층에 사는 사람인데 아기가 태어나 자꾸만 우니 양해해 달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떡이라고 했다. 갓난아기가 울면 얼마나 울겠으며 운다 해도 울음소리가 들릴만한 바로 위층과 아래층에만 떡을 돌리면 될 것이지 어찌 두 층 위인 우리 집에까지! 얼떨결에 받아 들었는데 그는 다시 계단을 걸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마 10층 전층을 다 도는 것 같았다. 자기 집 빼고 열아홉 집을!


요즘 도회지 아파트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엘리베이터에 누가 타도 인사도 않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우리네 삶이 각박해졌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미안하다며 정성스레 마련한 떡을 돌리며 양해를 구하는 그 모습이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젊은 부부가 얼마나 아가를 이뻐할는지 그리고 얼마나 아가를 정성들여 키울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아가는 훗날 커서 엄마 아빠가 이웃들에게 자기 울음소리로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떡을 돌린 걸 알까.


부모의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본받아 아가는 배려심 깊은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사람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다. 곱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부모 아래서 자라는 그 아기는 분명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커갈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보낸다. 아가의 앞날에 축복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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