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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까 된다

사전이 국어를 혼란케 해서야

by 김세중

한글 맞춤법을 잘못 적용해 엉뚱한 표기가 나타난 경우가 적지 않다. 휘발윳값, 배춧값, 김칫값 같은 게 그러하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 붙인다. 합성어는 단어이다. 단어가 아닌 말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한글 맞춤법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휘발유+값'이 단어인가? '배추+값', '김치+값'이 단어인가? 아니다. 한 단어가 아니고 두 단어이다. 이런 것을 구(句)라고 한다. 사이시옷은 단어에 붙이는 건데 구에다 마구 붙이고 있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몇 언론의 사례를 보자.


연합뉴스는 늘 '휘발윳값'이라 한다.



c4.png MBN은 '배춧값', '김칫값'이라 했다.


그런데 최근 한 신문에서 신선한 표기를 보았다.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연합뉴스의 '휘발윳값'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휘발유 값'이라 했다. 이게 바른 것이다. 하니까 된다. 못할 게 없다.


c2.png 조선일보가 '휘발유 값'이라 했다. 두 단어니까 띄어서 썼다. 잘했다.


과도한 사이시옷 남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사이시옷은 단어에만 붙여야지 구에다 붙이면 안 된다. 국어사전(우리말샘)에 올라 있는 숱한 구(과잣값, 소줏값, 야챗값 등등)를 표제어에서 내려야 한다. 사전이 국어를 혼란케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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