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명품 데크길이 있다
지난 여름 인천대공원에 와보고 '인천에 이렇게 엄청난 공원이 있다니!' 하고 놀랐다. 그래서 곧이어 다시 인천대공원을 찾았고 관모산 정상에도 올라보았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그 인근에 기나긴 무장애길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오늘 그곳을 찾아갔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이었다.
만수산 하면 태조 아들 이방원의 하여가가 생각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고려 충신 정몽주를 설득하려 지은 시조인데 정몽주는 단심가로 답하며 이방원의 제의를 거절했다. 나는 인천의 만수산이 그 만수산인가 했다. 아니었다. 하여가의 만수산은 개성에 있는 산이었다. 어쨌거나 인천의 만수산을 가기 위해 인천지하철 2호선 만수역에서 내렸다.
만수역에서 만수산 무장애나눔길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라고 유튜브에서 알려줬지만 굳이 버스를 탈 것까지야... 터벅터벅 걸어서 가니 30분 남짓 만에 입구에 이르렀다. 잘 찾아갈 수 있게 이정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은 2022년초에 열렸다고 돼 있었다. 길고 긴 인천둘레길의 한쪽 언저리에 위치한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 입구 부근을 인천둘레길 중에서 남동둘레길이 지나가는 것이다.
입구에서 만수산 정상까지 무장애 나눔길이 이어져 있는데 길이가 자그마치 2,230m이다. 많은 무장애데크길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호젓한 길을 잘 보지 못했다. 일정한 경사를 줄기차게 올라가는데 오가는 사람이 참 드물다. 이따금 지나갈 뿐이다.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 있는데 그 의자가 환경친화적 통나무다. 도중에 한번 아주 널찍한 쉼터가 있었다. 스무 명은 족히 앉아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는데 만수동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갑자기 전망이 탁 트였다. 그러더니 방향을 홱 틀었고 여러 곳으로 흩어진 갈래길이 나 있었다. 당연히 만수산 정상쪽으로 향했다.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았다. 마지막엔 바닥이 나무에서 돌로 바뀌었고 정상은 굉장히 넓었다. 저 멀리 문학산의 문학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좀 흐려 인천대교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만수역에서 한 시간 15분가량 걸었더니 허기가 몰려왔고 싸온 빵과 떡으로 급히 배고픔을 달랬다.
하산은 다른 쪽으로 했다. 원점회귀는 취향에 안 맞다. 새로운 길을 걷고 싶은 맘을 억누르지 못한다. 그런데 갈래길에서 하산하다 보니 한창 데크길 공사 중이 아닌가! 올라온 데크길 반대쪽에도 데크길이 놓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2026년 1월에 공사가 끝난다 돼 있었다. 이미 거의 다 돼 있었고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올라온 길만도 2,230m였는데 새 길이 완성되면 얼마나 더 길어질까. 지금의 두 배는 되지 않을까.
데크길은 공사 중이라 등산로로 조심조심 내려와야 했지만 한 달 후에는 만수산에 다시 올 구실이 생겼다. 그땐 온전하게 데크길로만으로 만수산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근에 인천둘레길이 있으니 일반 등산로로도 하이킹을 즐길 수 있겠다. 인천대공원과 관모산만 알았는데 만수산을 와보니 이런 데가 있었구나 하며 놀랐다. 인천을 내가 너무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