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탐방록

태릉백세길

공릉산백세문에서 삼육대까지

by 김세중

서울을 에워싼 몇 산 중에 불암산이 있다. 더 크고 높은 수락산에 밀려 사람들이 덜 찾는 듯 보이지만 위용이 만만찮은 산이다. 불암산의 남쪽 자락을 공릉산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불암산 남쪽 끝 등산로 입구에 공릉산백세문(孔陵山百歲門)이 우뚝 서 있다. 일요일 낮 이곳을 찾았다. 찾은 이유는 태릉백세길을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태릉백세길은 공릉백세문에서 시작해 불암산 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다가 도중에 삼육대로 빠지는 길로 내려와 삼육대 정문까지 이르는 길을 말한다. 길이는 3.7km이고 등산 초급자도 가기 적당하다. 나는 5년쯤 전 불암산에서 능선길을 따라 하산하다가 삼육대로 빠지는 길에서 출입금지 팻말을 만난 적이 있다. 원래 길이 있었는데 왜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고 길이 막혔을까. 코로나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세게 몰아쳤는지 대학측은 학교 안을 지나는 등산로마저 차단했다. 방역이 그만큼 중요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못 갔던 길을 오늘 걸어보았다.


공릉산백세문을 들어서면 길은 넓고 평탄하다. 경사가 참 완만하다. 짧은 계단길을 지나면 ㄱ자로 꺾이는 길에 쉼터가 있어 쉬어 가기 좋다. 거기서 간식을 꺼내 먹었다. 능선길은 좌우로 펜스가 쳐져 있다. 왼쪽은 한전연수원 부지라 막혀 있고 오른쪽은 태강릉 구역으로 역시 막혀 있다. 그저 능선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을 수 있을 뿐이다. 도중에 왼쪽으로 불암산스타디움으로 빠지는 길과 서울둘레길로 빠지는 길이 연이어 있다. 그곳을 지나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삼육대 가는 길이 있다. 태릉백세길이다. 만일 삼육대로 빠지지 않고 능선을 따라 계속 걸으면 불암산 정상으로 향하게 된다.


태릉백세길을 걷기 위해 삼육대 가는 길로 내려섰다. 내리막으로 계단도 제법 있다. 도중에 쉼터가 있는데 그곳에서 고개를 들어 보니 저 멀리 불암산 정상이 보인다. 불암산이 상당히 큰 산임을 알 수 있다. 태릉선수촌 시절에 국가대표선수들이 불암산까지 달려갔다 와야 했는데 극한의 고통이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젠 그런 일도 없으리라. 처음 가보는 삼육대 가는 길, 여간 호젓하지 않다. 갑자기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명호였다.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제명호는 인공호다. 6.25 전에 미군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삼육대의 전신인 삼육신학원의 초대 원장인 제임스 밀턴 리 목사의 한국식 이름이 이제명이었고 그래서 제명호라 명명했다고 한다. 제명호는 물론 삼육대학교 구내에 있다.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 대학 캠퍼스 건물들이 나타났다. 등산객들을 위한 길을 따라 대학 정문에 이르렀다. 이렇게 태릉백세길을 걸어보았다.


오늘은 근처 별내역까지 걸어보고파서 담터고개를 지나 별내역까지 걸었지만 삼육대에서 나와 강릉을 들르고 태릉까지 간 뒤에 6호선 화랑대역까지 돌아오는 코스도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폐역이 된 화랑대역은 화랑대철도공원으로 변신했다 들었다. 다음에는 삼육대 정문 앞에서 화랑대철도공원쪽으로 걸어보고 싶다. 서울의 북동쪽에 우거진 울창한 숲이 있고 거기 태릉백세길이 있다. 언제부터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지자체(노원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보약보다 좋은 게 걷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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