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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3. 2016

초여름에 동해를 찾다

속초, 양양

속초에 얼마만에 오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작년 7월 31일은 기억난다. 그때 보름간의 전국 자전거 일주를 위해 달리고 있었고 2일차인 7월 31일에 아침에 인제읍을 떠나 속초로 간 뒤 동해까지 간 적이 있다. 그 때 후 처음이라면 10개월만이다. 그 사이에 속초에 다녀간 적이 있었는지...


세미나에 참석해달라는 주최측 요청을 받고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1시에 시청 앞에서 출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까지 간 뒤 거기서부터는 국도를 따라 달려 미시령터널 지나 속초로 갔다. 도중에 북한강 넘어서 강원도쪽 경춘고속도로 달리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우거진 산림들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산에 숲이 빽빽했던 것이다. 마치 원시의 모습이 이러지나 않았을까 싶었다.


동홍천 지나서 얼마 가지 않아 버스는 휴게소에 들렀다. 화양강휴게소였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해 구름이 하늘을 화폭 삼아 멋진 그림을 펼쳐 놓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몇 장의 사진을 찍어 보았다.


홍천 지나서 휴게소애서 바라본 하늘


홍천을 지나 인제, 원통을 거쳐 미시령을 지나니 속초 시내였다. 미시령터널을 빠져나오니 거의 저절로 경탄이 쏟아져 나왔다. 오른편으로 울산바위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가 달리면서 경치는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었다. 울산바위는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그 앞에 펼쳐진 숲의 바다 또한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된 모습이 장관이었다.


울산바위, 차창에서 내다 본 모습
오묘한 바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속초 시내를 지나 숙소인 호텔에 이르렀다. 대포항에서 가깝고 바로 국도변이다. 전에 와보지 않았음은 물론 이름도 처음 들어본 호텔이다. 굉장히 깨긋하고 전망이 훌륭했다.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호텔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도착하자마자 방을 배정 받고 나서는 세미나장인 지하로 모였다. 두 발표자의 발표를 경청했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 대답 시간이 있었다. 2시간 동안 공부를 많이 했다. 유익한 발표였다.


세미나가 끝나고 방에 다녀온 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대포항에 있는 횟집으로 이동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회가 풍성했다. 하지만 회보다 회 담는 그릇이 엄청나게 큰 데 놀랐다. 횟집은 늘 회가 커 보이게끔 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소주와 맥주를 곁들여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어느 한 방에 참석자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낮에 했던 세미나 발표보다 더 진지한 이야기도 나눴다. 모두들 진지함이 살아 있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각자 방으로 돌아왔다. 다들 다음날 새벽 일출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그렇다. 어디 동해의 일출 모습을 서울 살면서 볼 기회가 자주 있겠나. 나도 내일 아침 일출 모습을 봐야지... 잠을 청했다.


5시 지난 지 얼마 안 됐는데 해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둥글어져 갔다.



대포항 부근 호텔 방에서 일출을 지켜보다


해가 다 뜨는 데 5분 정도 걸린 거 같다. 그러나 해 주변의 흐릿한 구름 때문에 언제 완전히 떴는지 시점을 잡긴 어려웠다. 어떻든 해가 완전히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 오늘도 하루 종일 걸려 머리 위를 지나 반대편으로 넘어갈 것이다.


호텔 방을 나섰다. 아침 식사 전에 산책을 하고 싶어서... 호텔 뒤편으로 가서 길을 따라 바다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조용한 시골 풍경이었다. 새벽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6시도 안 됐는데 벌써 밭에 나와 일하는 어르신도 보였다.


호텔 바로 뒤에서
멀리 보이는 산이 설악산 산줄기 어디일 것이다
이른 아침이라 길이 참 조용하다
샛노란 꽃이 눈이 부실 정도


이른 아침인데 저 자전거여행자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중일까
대포항
파도가 밀려온다


호텔로 돌아와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침 부페는 7시부터 시작한다. 7시에 맞추어 갔다. 음식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아침에 한 시간 이상 산책을 해서 그런가 음식이 잘도 넘어갔다. 마지막 과일까지 푸짐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방으로 올라와서는 사우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1층에 사우나가 있었다. 사람이 두세 사람밖에 없었다. 온탕과 증기탕을 번갈아 오갔다. 전날 저녁 술 마시며 쌓인 피로가 씻겨 나가는 듯했다. 사우나까지 하게 될 줄이야...


호텔 방으로 올라와서 짐을 정리해 로비로 내려왔다.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에 올라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는 대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아마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싶다.


낙산사 주차장이 새로 지어진 듯했다. 전엔 바닷가쪽 좀 높은 곳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새 주차장은 국도변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넓어서 좋았다. 낙산사 대화재로 그동안 새로 절을 지었고 주차장 한쪽 끝에 새로 지은 절 올라가는 문이 있었다.


한참을 숲속길을 걸어 올라가서야 매표소가 나왔다. 그리곤 곧 새로 지은 절이었다. 그런데 스님이 거의 안 보인다. 스님들은 어디서 수행한단 말인가.


올라가는 길에 키 큰 소나무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올라가는 도중에 바라본 설악산쪽
드디어 낙산사 매표소 앞이다
화재 이후 새로 지어진 낙산사
대성문에서 바라본 '원통보전'
탑이 한번에 조성되지 않았다. 신라시대에 처음 만들어졌다가 후세에 다시 증축했다
해수관음상 부근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다
해수관음상
해수관음상 부근에 핀 야생화
인공 연못이다. 연꽃이 그득 피었다
의상대
의상대 앞 절벽
멀리 의상대가 보인다
홍련암
날이 청명하다
낙산해수욕장이 손에 잡힐 듯


1박 2일 짧은 속초, 낙산사 여행을 마쳤다. 서울로 돌아올 때 인제, 동홍천까지는 국도로 오고 동홍천서부터 서울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강촌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다. 남한강 건너기 전까지 깊은 산속에 난 고속도로... 가끔씩 차창 밖 풍경에 넋을 잃을 때가 두어 번 있었다. 충의대교를 건널 때 내려다보이는 홍천강과 그 주변 마을들은 참으로 어여뻤다. 전날 갈 때처럼 역시 좌우 양쪽으로 푸른 숲이 빼곡히 산을 덮고 있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자연 보존을 잘하고 있다.


서울로 들어와서 88올림픽도로에서 정체를 경험하면서 서울에 왔구나 실감했다. 분주하고 번잡한 도시 속으로 되돌아왔다. 힘겹게 정체를 뚫고 한남대교를 건너 전날 왔던 시청 앞으로 돌아왔다. 28시간만이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한 짧은 여행이었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즐기고 왔다. 남은 건 사진뿐이라더니 곱고 예쁜 산과 바다, 그리고 사찰 건물들을 실컷 사진에 담았다. 귀중한 소득이다. 오래 오래 기억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막 돌아왔는데 다시 가고 싶다.


때 : 2016년 6월 2일(목) ~ 3일(금)

곳 : 속초 대포항, 양양 낙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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