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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5. 2016

운남성 여강 기행 - 호도협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1)

속하고진과 여강 시내 밤거리

중국은 몇 차례 갔어도 출장으로 북경과 연변에 주로 갔지 다른 곳은 가보지 못했다. 이번엔 출장이 아니라 순수한 여행이고 장소가 동북지방의 정반대편에 있는 운남성이다. 운남성은 티벳과 가까이 있고 미얀마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의 변방이다. 운남성은 소수민족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55개의 중국 소수민족 중에서 20개가 월씬 넘는 소수민족이 운남성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다. 운남성의 서북쪽에는 티벳인들, 즉 장족(藏族)이 살고 있고 이족(爾族), 나시족(納西族) 등 별별 민족이 있다.


운남성의 성도는 곤명(昆明)이고 대리(大里), 보이(普洱), 여강(麗江), 반지화(攀枝花), 샹그릴라(香格里拉) 등의 도시가 있다. 이 중에서도 여강은 여강고성뿐 아니라 부근에 호도협(虎跳峽)과 옥룡설산(玉龍雪山 5,596미터) 등이 있어 여러 해 전부터 한국에도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그동안 여강에 가기 위해서는 북경이나 곤명 등으로 간 뒤 그곳에서 여강 가는 중국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고들 갔다. 그러다 최근에 비록 성수기에 한하기는 하지만 인천에서 여강으로 바로 가는 직항편이 생겼다. 나도 이번에 여강으로 바로 날아가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아시아나항공이었다.


연천에서 여강으로 직행할 항공기
4시간 45분 가량 비행했다. 거의 도착할 무렵
도착 20분쯤 전 상공이니 운남성일 것이다
마을이 보인다. 산을 넘는 꼬불꼬불한 길이 나 있다
상당히 큰 호수다
옥룡설산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강공항에 내렸다
여강공항
여강공항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산 너머 멀리 옥룡설산이 보인다
여행사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버스들... 하늘이 참 투명하다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께... 공항은 한적하기 이를데 없고 밖으로 나오니 피켓을 든 사람들이 잔뜩 서 있었다. 가이드들이 그들이 안내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우리 일행을 맞이할 가이드도 그 중에 끼어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짐을 버스에 실었다. 그는 40쯤 돼 보였는데 강한 함경도 억양을 쓰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조선족 3세라 하였다. 태어나긴 연변에서 나고 지금은 집이 해남도라 하였다. 해남도는 한국의 제주도쯤 되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휴양지다.


버스는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운남성의 산야가 펼쳐졌다. 산에는 송전탑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여강 시내가 가까워지니 옥룡설산이 더욱 크게 보였다.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해발 5,596미터의 고산답다.


송전탑들
옥룡설산이 제법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꽤 멀다.

저녁 시간 전까지 볼 곳은 속하고진(束下古鎭)이다. 여강 시내 북쪽 변두리에 있다. 공항은 시내 남쪽이니 시내를 통과해서 속하고진으로 간다. 차창 밖으로 여강 시내 거리가 보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오토바이다. 자전거는 별로 없고 오토바이가 제법 보인다.


여강 시내를 통과하는 중


드디어 속하고진에 닿았다. 속하고진은 여강 시내 한복판에 있는 여강고성과 비슷한 성격이다. 그 옛날에 조성된 마을로서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여강고성은 귀족들이 중심이 되어 이룬 도시고 속하고진은 시 변두리에 서민들이 형성해 놓은 마을이다.


속하고진은 아직 관광지로서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들어가는데 보도가 따로 나 있지 않아서 승용차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려니 위험도 하고 무엇보다 승용차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길바닥의 먼지를 코로 마시지 않을 수 없으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숨을 참는 데도 한도가 있다. 다행히 그런 구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짧지만 힘들었다.



희한하게 생겼다. 계단을 따라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속하고진 초입의 관광객 태운 고풍스런 차
삼륜오토바이
속하고진 거리
관광객을 태울 말인가보다
골목 양쪽으로 온통 상접. 여행사도 보인다
속하고진에서 제법 넓은 광장
속하고진 거리
개가 덩치가 여간 크지 않다. 작은 곰 같다
곡식과 열매들
말이 매여 있다
속하고진 지도
이 말을 타고 관광할 수도 있다
노점의 과일 파는 데
열심히 자수를 뜨고 있다
가게 안 모습
어느 소수민족 아가씨
내 양쪽으로 상가가 늘어서 있다
특이하게 생긴 개다. 좀 무섭다
구루마가 하나의 가게다
속하고진 안을 흐르는 내
가게 앞에서 점원이 공예품을 다듬고 있다
운남성은 차(茶)의 고장. 차를 파는 집이다
라면가게
바위에 새겨진 상형문자. 떨어지는 물을 조심하란 뜻 같다.
속하고진 초입에서 보이는 옥룡설산
오토바이 빌려주는 곳이다

속하고진 구경을 마치고 버스에 타 시내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속하고진에서 호텔까진 15분 정도 걸렸을까, 그리 멀지 않았다.


여강 기내 종합경기장 같은 곳
도심의 교통 정체가 제법 심하다
3일 동안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1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일행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호텔 주변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덟 명이 행선지도 없이 그냥 걸었다. 길을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선 길을 건넜다. 그 길은 샹그릴라대로다. 여강 시내 남북을 관통하는 간선도로다. 북쪽으로 걸어서 첫 네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넌 다음 동쪽으로 향했다. 흑룡담공원 방향이었다. 두번째 네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꼬부라져 계속 걸었는데 점점 번화해지기 시작했다. 온통 음식점이었다. 어떤 음식점 앞에서는 거리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수민족 의상을 한 아가씨들이 음악에 맞추어 거리에서 연신 춤을 추고 있었다. 음식점에서 손님을 끄는 춤인 것 같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긴 했지만 색다른 먹거리를 체험해 보기 위해 어느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의자가 여간 낮지 않다. 어린아이들이나 앉을 그런 낮은 의자에 걸터앉아 비빔국수를 사먹었다. 가게 안에는 동물 뼈다귀도 걸려 있었다. 일행은 저 뼈다귀가 무슨 동물의 것일까 모두 궁금했다. 소라 하기엔 너무 작다. 개일까? 양일까? 궁금해 주인에게 몸짓으로 무슨 동물이냐 물으니 주인이 猪라고 써 보였다. 돼지임을 그제서야 알았다. 돼지뼈가 제법 작다.


삼거리가 나타났을 때 일행은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자칫 길을 잃으면 호텔로 못 갈까봐... 큰 사거리에 이르러서는 꼬치가게에서 또 멈추어 꼬치를 주문했다. 댓 개를 시켰는데 한국돈으로 환산하니 5천원 정도밖에 안 돼 싼 값에 감탄했다. 호텔로 돌아왔다.


2인용 자동차다
꼬치구이집이 많다
구울 꼬치들이 잔뜩 놓여 있다.


일행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으나 정작 여강고성(麗江古城)에는 못 갔으니 가보고 싶은 맘을 억누를 수 없었다. 혼자 다시 호텔을 나왔다. 미리 지리를 공부해두었기에 여강고성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나와 남쪽으로 300미터쯤 걸으면 네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 직선으로 줄기차게 걸으니 큰 네거리가 나왔다. 거기서 대각선 방향으로 건넜다. 여강고성이 그쪽이니까.


그 네거리는 여간 번잡하지 않았다. 신호가 길어서 기다리기가 갑갑하다. 두 번을 건너야 대각선쪽으로 가는데 마침 대각선으로 건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을 흉내내서 단번에 건넜다. 신호 체계가 낯설었고 차들이건 사람이건 신호를 안 지키는 이들이 많았다.


대각선으로 건너서 얼마 안 가 여강고성 입구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그리고 길이 넓어지면서 한눈에 고성 입구임을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인파가 꾸역꾸역 걸어나오고 있었다. 밤 11시가 훨씬 넘었을 때였다. 여강고성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서니 익숙한 풍경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를 알리는 벽면의 글씨를 마주쳤다. 그 옆의 거대한 물레방아도 인터넷에서 이미 봤던 거다.


고성 안 대로를 따라 걸었다. 여강고성 한복판인 사방가(四方街)를 향해 난 길임을 직감했다. 자정이 가깝지만 관광객들이 꽤나 많았다. 아, 이곳이 여강고성이구나.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졌다. 자정이 되면서 불을 일제히 끈 모양이었다. 여강고성은 갑자기 어두워졌고 일부 가게들 안에 불이 켜져 있을 뿐이었다. 이제 위치를 알았으니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발걸음을 돌렸다.


터덜터덜 걸어서 호텔 쪽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여강고성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참 애매한 거리다. 걷기엔 좀 멀고 버스를 타려니 어디에 정거장이 있으며 몇 번을 타야 하는지 모르겠고...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운남성 깊숙이 와 있으니 이렇게 먼 곳까지 오게 될 줄이야... 목요일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아침엔 한국이었고 밤엔 중국 서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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