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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5. 2016

운남성 여강 기행 - 호도협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2)

호도협과 차마고도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시간이 이르다. 캄캄하다. 거리 풍경이 궁금해 호텔 밖으로 나갔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큰 길은 드넓고 깨끗한 편이지만 골목길은 길이 매끄럽지 않으니 바닥을 잘 보며 걸어야 한다. 가로등이 없어 어둡기도 하다. 막힌 길도 많고...


금요일 하루는 호도협을 보고 차마고도 일부를 트레킹한다. 버스를 타고 호도협으로 향했다. 호도협까진 버스 타고 1시간 반 이상 가야 한다. 여강 시내를 빠져나와 서쪽으로 고속도로에 올랐다. 터널을 하나 지나니 드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나시해(拉市海)다. 넓은 평원을 보니 매우 편안해 보인다. 한참을 달리니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기나긴 터널로 들어갔다. 터널 안 조명이 신기하다. 바닥에 불이 켜져 있다. 한국에선 터널 바닥에 조명시설 해 놓은 걸 못 봤는데...


긴 터널이 지나 얼마간 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대리 가는 길과 호도협과 샹그릴라 가는 길로 나뉜다. 호도협쪽으로 빠졌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지났다. 톨게이트에는 ETC가 있었다. 이건 한국의 '하이패스'다. 한참을 내리막을 달렸다. 길이 왕복 2차선이다 보니 앞차를 추월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한다. 그래선지 차가 빨리 가지 않았다. 그저 앞차 가는 대로 느릿느릿...


도중에 휴게소에 들렀다. 상당히 큰 휴게소였다. 과일 파는 가게가 즐비했다. 추가 달린 저울로 달아서 값을 매기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본다.


여강 시내를 벗어나 나시해


호도협 가는 길에서 본 금사강
휴게소에서 과일을 판다


다시 버스에 올라 북으로 달리는데 송원교를 건넜다. 호도협이 조금씩 가까워져선가 양쪽으로 상점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도협진에 이르니 그곳은 제법 큰 마을이었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했다. 직진하면 샹그릴라 방향이다. 우회전하자마자 호도협 입장권 파는 건물이 있었다. 거기서 버스는 멈춰섰고 몇 분을 기다렸다. 표를 사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금사강


호도협 가는 길 초입의 돈 받는 곳. 아직 몇 킬로 이상 가야 한다


그곳을 지나 얼마 가니 길가에 공터가 좀 넓은 데가 있었고 호랑이상이 세워져 있었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도(跳)'하는, 즉 펄쩍 뛰는 협곡이란 뜻이다. 옛날에 사냥꾼에 쫓기던 호랑이가 두 산 사이의 협곡을 뛰어서 건넜다는 얘기에서 호도협이라는 지명이 만들어졌다 한다. 아무리 호랑이가 힘이 좋기로소니 협곡을 뛰어 건너는 게 가능했을까 싶다. 호랑이가 협곡을 건너지는 못했더라도 이 깊은 산중에 호랑이가 살긴 살았던 모양이다.


우릴 태운 버스가 호도협 주차장에 멈췄다. 많은 버스와 승용차가 서 있었다. 관광객들은 인산인해였다. 금사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다 모퉁이에서 방향이 꺾이면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생기는 곳이었다. 평온하게 잔잔히 흐르던 강이 방향이 뒤틀리면서 엄청난 유속과 수량으로 변하면서 대단한 장관을 펼쳐내고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맹렬한 기세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이런 물살이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 수만 년? 수억 년? 아마 태고적부터 쉬임 없이 이곳에서 물은 세차게 굽이치며 흘러내렸을 것이다. 단 한번도 멈춤이 없이...


주차장에서 물까지는 계단을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300계단이란 얘길 얼핏 들은 것 같다. 다시 그만큼 올라가야 했다. 가벼운 등산이라 할만했다. 일행은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이제 다음 할 것은 차마고도 트레킹 체험이다.


주차장에서 내려다본 호도협 아래
주차장에서 북쪽 방향
상류
건너편에 다리가 놓여 있다
하류 방향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수량이 엄청나다
남쪽
대단한 물줄기
바위에 부딪치며 물이 쏟아져내려간다
바위에 강 유역의 지도를 새겨놓았다
엄청난 수량이다
강 건너는 옥룡설산쪽. 길이 나 있다
하바설산쪽
건너편 옥룡설산쪽
티벳글자를 바위에 새겨놓았다


차마고도는 중국의 차를 티벳으로 실어나르는 길이다. 마부가 말에다 차를 비롯해 짐을 잔뜩 싣고 걸어서 티벳으로 간다. 그 길이 2천 킬로가 넘는다 들었다. 운남성 보이쪽에서 출발해 대리, 여강, 샹그릴라를 지나 티벳으로 가는 길이 있고 한편으로는 사천성 성도(成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티벳 가는 차마고도도 있다고 들었다. 그 어마어마하게 긴 차마고도 중에서 오늘 맛볼 길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호도협의 차마고도는 겨우 16킬로 정도인데 그 가운데서도 2킬로 정도 되는 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왕복해야 4킬로 정도?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위해 온 사람들은 그 16킬로를 다 걷겠지만 우린 그저 맛만 살짝 보고 간다.


그런데 그 잠시의 차마고도 트레킹도 쉽지 않았다. 호도협 주차장에서 차를 작은 차로 갈아탔다. 다마스 같은 차였다. 한 차에 6명이 타는... '빵차'라고 하는 차였다. 길이 좁으니 그런 빵차만이 산길을 달릴 수 있었다. 호도협에서 얼마 지나지 않으니 산길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경사도 가팔랐지만 길이 여간 좁지 않았다. 28벤드(bend)였다. 스물여덟 개의 굽이가 있다 해서 28벤드... 석 대의 차는 바짝 붙어서 맹렬하게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급커브가 28번이나 계속됐다. 간이 조마조마했다. 자칫 잘못하면 차가 곤두박질치는데 왜 이리 험하게 모는지...! 관광객 맘 편하게 좀 천천히 몰 수는 없는지... 이런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사는 노련한 솜씨로 마구 산을 올라갔다. 우린 종점에 도착해서야 겨우 안도했다. 숨을 내쉬었다.


하바설산에 난 차마고도에서 내려다본 금사강
28벤드 꼬부랑길. 이 길로 빵차가 다닌다
굽이굽이 난 28벤드 길
하바설산에 난 길


빵차가 우릴 내려놓은 곳은 하바설산(哈巴雪山) 중턱의 한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중도객잔(中途客棧)이 있었다. 객잔은 산중에서는 산장 같은 곳이요 시내에서는 여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풍스러운 여관이다. 그 옛날 상인들이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묵던 곳이다.


우린 중도객잔에서 점심을 먹었다. 날씨도 맑고 기온도 적당해 실내가 아닌 바깥 테라스 같은 곳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높은 산에서 먹는 밥이 왜 이리 꿀맛 같은가. 나물 반찬들이 한결같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우린 밥과 반찬을 모조리 깨끗하게 비웠다. 설거지할 게 없을 정도로.


중도객잔에서 보니 한국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테라스 둘레로 대나무 같은 데에 다녀간 사람들이 한마디씩 글씨를 써놓았는데 죄다 한글이었다. 한국사람들 글 뿐이었다. 자기 이름을 그렇게 남기고 싶은 걸까. 대단한 한국사람들이다. 여기가 설악산도 아니고 중국의 서쪽 끝인데 한글로 도배를 해버렸다.


밥을 맛나게 든든히 먹었으니 이제부턴 트레킹이다. 관음폭포까지만 갔다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걸렸다. 경치에 감탄하며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중도객잔이 있는 산중 마을
중도객잔
중도객잔 주방
중도객잔에서 바라본 하바설산
죄다 한글이다. 완벽히 점령했다
중도객잔에서 내놓은 음식인데 맛이 기막히다

길은 좁았다. 사람이 말 한 필 끌고 지나갈 정도의 폭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길을 걸으며 몇 차례나 말떼와 마주쳤다는 것이다. 말 몇 마리가 인도하는 마부도 없이 저희들끼리만 지나기도 했고 수십 마리가 맨 뒤의 마부의 인솔 아래 지나기도 했다.


하바설산 중턱의 차마고도 길에서 건너다보이는 옥룡설산은 위용이 대단했다. 옥룡설산 서면이었다. 옥룡설산 최고봉이 5,596미터이니 하바설산 산길에서 보이는 옥룡설산도 4천 미터는 족히 넘을 것이다. 건너편의 옥룡설산을 보며 하바설산 산길을 걸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걷는 기분이었다. 까마득히 아래에 금사강이 흐르고 있었고...


하바설산 차마고도 아래 비탈엔 옥수수를 비롯해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 높은 산중에도 현지인들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양들은 한가로이 비탈진 데서 풀을 뜯고 있었고...


멀리 관음폭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폭포에 이르러 모두들 신을 벗고 발을 씻었다. 좋아서들 어쩔 줄 몰라했다. 난 등산화 벗기가 귀찮아 씻기를 포기했다. 더 가지 못하고 그쯤에서 되돌아와야 하니 아쉬웠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끝까지 걸어볼텐데... 장선생객잔까지 가볼텐데... 아스라이 협곡 끝나는 곳에 평지가 펼쳐져 있는 게 보였다.


중도객잔으로 돌아왔다. 다시 빵차에 올랐다. 내리막길은 덜 조마조마했다. 운전사는 끝없이 핸들을 돌려서 28벤드길을 내려갔다. 빵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28벤드를 지나는 이들도 있을텐데 만만찮은 길이었다.


빵차는 호도협 주차장을 지나 한참 더 가서 길가의 어느 주차장에 섰다. 우리가 호텔에서 타고 온 버스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빵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다. 호도협도 보고 차마고도 일부 트레킹을 체험해 보았다. 인산인해였던 호도협보다 호젓하기 그지없었던 산중의 차마고도 트레킹이 인상깊었다.


중도객잔에서 건너다본 옥룡설산 서면


하바설산 중턱에 사는 현지인들
왼쪽은 하바설산, 오른쪽은 옥룡설산
하바설산의 차마고도
평탄한 구간
건너편이 옥룡설산. 금사강이 쬐금 보인다
아스라이 협곡 끝이 보인다
관음폭포
건너편이 옥룡설산
관음폭포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관음폭포에 왔다
옥룡설산 서면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옥룡설산


버스를 타고 여강 시내 호텔로 돌아가는데 아침에 왔던 그 길을 타고 간다. 그런데 한 군데 더 들를 데가 있었다. 마방 체험이었다. 말을 타보는 것이다.


버스는 나시해에서 유료도로를 빠져나왔다. 나시해는 습지공원으로 지정돼 있다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우린 습지공원에 가는 게 아니고 말 타는 곳으로 간다. 마을이 온통 말을 키우는 듯했다. 곳곳에 많은 말들이 묶여 있었다. 우리가 말 탈 곳은 마을 깊숙이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탈 말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말에 올라탔다. 나도 왼쪽발을 먼저 틀에 끼운 다음 냉큼 안장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게 말 등에 놓인 손잡이를 잡았다. 두 발도 틀에 끼우고 손도 손잡이를 잡으니 땅에 떨어질 거 같진 않다. 서서히 말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길을 지나 골목도 통과했다. 길에서 우리를 사진 찍는 이가 있었는데 20분쯤 뒤 말에서 내렸을 때 그 사진이 그 사이에 코팅까지 돼서 우리 앞에 주어질 줄은 몰랐다. 10원을 주고 사야 했다. 말을 타고 마을을 터벅터벅 지나면서 길바닥에 뱀도 한 마리 보았다. 살아 있는 뱀이었다. 우리가 탄 말은 비교적 자그마했다. 이 동네에서 말은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었다. 사진 찍어주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만만친 않을 듯했다. 말이 사람에 순응해서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방 체험을 마치고 버스에 올라 여강 시내로 향했다. 터널 뚫린 유료도로로 가지 않고 굽이굽이 난 산길로 갔다. 시내로 들어가니 교통 정체가 시작됐다. 꿈지럭꿈지럭 시내로 들어갔다. 호텔로 가지 않고 여강고성 부근의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된장국이 나왔다. 여강에도 한국식당이 있다니...


호도협 굽이치는 강물보다 더 좋았던 건 하바설산 중턱에 난 산길이었다. 차마고도를 아주 일부분 맛을 보았다. 그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은 험하고 좁디좁은 차마고도를 몇 달에 걸쳐 걸었을 것이니 여간 건강하지 않고는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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