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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5. 2016

운남성 여강 기행 - 호도협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3)

옥수채와 옥룡설산

셋쨋날이다. 옥룡설산으로 간다. 옥룡설산은 해발 5,596미터다. 전날 간 하바설산은 200미터 낮은 5,396미터이고... 겨우 200미터 차이뿐인데 하바설산에는 케이블카도 없고 산꼭대기가 눈으로 덮여 있지도 않다. 여강 시내에서 가기도 옥룡설산이 더 가깝다. 옥룡설산은 여강 시내에서 정북쪽에 위치해 있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북으로 향했다. 먼저 시내를 벗어나 얼마 안 가 있는 백사벽화(白沙壁畵)에 들렀다. 옥룡설산 가는 방향의 큰 길 가까이에 있었다. 건물 안에 명, 청 시대에 그려진 그림들이 있었다. 첫 건물에는 그림들을 사진으로 찍은 게 걸려 있었고 하나 안으로 더 들어가니 커다란 원본 그림이 걸려 있었다.


벽화 자체는 별로 볼 게 없었다. 건물 입구에 畵壁沙白라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인 현판이 생소하다. 보통 건축물 이름이 적혀 있는데 여긴 '백사벽화'라니...


백사벽화를 나와서 아까 왔던 큰 길이 아니라 마을에 난 길을 따라 버스는 달렸다. 옥수채(玉水寨)를 향해서였다. 마을길이다 보니 동물떼가 지나가면 버스는 멈춰야 했다. 서서히 언덕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에서 '東巴王國'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백사벽화' 입구
제일 귀중한 그림이 있는 '대보적궁'


도중에 산양떼를 만났다. 수십 마리가 떼지어 가고 있었다. 큰 놈, 작은 놈... 다 큰 놈, 새끼... 색깔도 다양하다. 검은 양, 흰 양... 마치 새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듯 양들도 무리 지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안타까운 장면을 보았다. 무리에서 한참 떨어져서 한 양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도 따라가야겠는데 다리가 부자유스러우니 따라가기가 버거운 게다.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 양은 혼자 처져서 힘겹게 따라가고 있었다.


산양떼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옥수채에 이르렀다. 옥수채는 꽤 높은 곳에 있었다. 커다란 주차장이 아래에 한 곳, 위에 한 곳이 있었다. 우릴 실은 버스는 위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곳이 입구쪽이었다.


옥수채의 옥수는 구슬과 같이 맑은 물이다.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연못을 이루어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과연 물이 맑고 투명했다. 이곳은 나시족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했다. 옥수채 경내 안에 절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시족이 믿는 동파교의 본산이었다.


옥수채 입구
옥수채 안에 호수가 여럿 있다
옥수채 안의 맑은 호수. 옥룡설산에서 내려온 물이다
동파교 불상
동파교의 성지
옥수채의 한 연못
옥수채의 못


옥수채를 나와서 이제 옥룡설산으로 향한다. 설산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하늘에 구름이 끝없이 모습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저 구름이 있으면 안 되는데... 드디어 옥룡설산 주차장에 닿았다.


11시 10분부터 시작되는 인상여강(印象麗江) 쇼를 관람하게 돼 있었다. 공연장으로 갔다. 야외 노천 공연장이었다. 규모가 상당히 컸다. 천 명 이상이 족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시설이었다. 도대체 어떤 공연이 펼쳐질까 궁금했다. 정확히 11시 10분에 공연이 시작됐다. 시설은 현대화돼서 연극 공연장에 설치돼 있는 전자 전광판이 그곳에 있었다. 드디어 무대 안으로 연기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명씩 나와서 "나는...."으로 시작해 자기를 소개하는 듯했다. 어디 사는 무슨 족이라고 했을 것이다. 저마다 자기 소개를 했다. 서서히 공연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수십 명 나왔다가 들어가더니 그들이 물러가고 난 다음 여자들이 수십 명 고유 의상을 입고 들어왔다. 꼭대기에서는 말을 타고 줄지어 들어오기도 했다. 가히 입체적인 공연이었다. 대단했다. 더욱이 공연장 밖은 바로 눈으로 뒤덮인 옥룡설산이지 않은가. 이런 배경을 지닌 야외공연장이 또 어디 있을까. 공연은 이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운남성 소수민족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들은 힘찬 기상을 보여줬고 여자들은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연은 꼬박 한 시간 계속됐다. 때로는 관중석까지 들어와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드디어 공연이 끝났다. 좀 길긴 했어도 대단한 공연이었다.


옥룡설산에 차츰 다가가고 있다. 구름에 덮여 있다
'인상여강' 공연장이다
공연장 안의 모습이다. 배경은 바로 옥룡설산
한창 공연이 진행 중이다


공연이 끝나고 점심을 먹어야 했다. 공연장 아래에 식당이 있었다. 밥을 든든히 먹어둬야 오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옥룡설산에 오른다. 그래서 평소 먹는 양보다 더 먹었다. 고도가 높아 공기도 희박한데 허기까지 지면 곤란하니까. 길을 건너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는 셔틀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줄이 길었다. 거기만 해도 와이파이가 돼서 오전에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셔틀버스가 출발했다. 산으로 난 경사진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우 큰 버스였다. 100명은 탐직한... 그 큰 버스가 산길을 맹렬히 올라 9분만에 케이블카 타는 곳에 닿았다. 그곳은 해발 3,300미터라 했다. 케이블카 타기 위한 줄도 여간 길지 않았다. 쉬임 없이 케이블카는 내려오는 사람을 내려놓고 바로 올라갈 사람을 태웠다. 케이블카는 정원이 8명, 움직이는 사이에 올라타야 하니 동작이 기민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멈춰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스키장 리프트와 마찬가지다. 우리 일행이 8명이라 한 케이블카에 함께 탈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본 옥룡설산
옥룡설산
케이블카 타는 곳


옥룡설산 곳곳의 높이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이 케이블카 올라가는 지점


케이블카는 여간 빠르지 않았다. 해발 3,300미터에서 탔는데 4,506미터에 내릴 때까지 불과 9분만에 갔으니까... 도중에 덜컹덜컹거릴 땐 좀 긴장이 됐다. 중간중간 세워놓은 철탑을 지날 때 그랬다. 바깥 풍경이 조금씩 달라졌다. 빽빽하던 숲이 어느덧 듬성듬성해지더니 내릴 때쯤 되니 나무가 산에 거의 없었다. 풀도 잘 안 보였다.


해발 4,506미터에서 케이블카를 내려 걸어오르기 시작한다. 오를 수 있는 데가 4,680미터이다. 그 후론 길이 없다고 했다. 4,680미터에 있는 전망대가 손에 잡힐 듯이 빤히 보였다. 겨우 저 곳쯤이야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보기 처음이니 몸이 당황한 듯하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계단을 따라 종착점인 4,680까지 오른다
밑을 내려다보다
왼쪽 까마득히 멀리 하바설산이 보인다
마치 빙하 협곡 같다
붉은 깃발이 종점인 4,680미터 지점
눈으로 덮여 있다
돌산이다
산 아래 방향
이제 4,680미터 종점이 거의 다 왔다
더 올라갈 수 없다. 종점인 4,680미터 지점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던 그곳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나는 더구나 산소통도 마다 하지 않았나. 특히 마지막 계단은 왜 그리 지루하던지! 한 칸 한 칸 차근차근 오르니 결국은 4,680미터 전망대에 오를 수 있었다. 더 위로는 길이 없었다. 주변엔 빙하처럼 보이는 지형이 가까이 있었다. 바람은 세찼고 기온은 겨우 영하를 면할 정도였다. 모자가 날아갈까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끈을 단단히 조여맸다. 저 멀리 하바설산이 보였다. 서쪽은 하바설산을 비롯해 산들이 연이어 줄지어 있었다. 저 멀리 아득히 티벳과 히말라야가 있을 것이다. 여강 시내는 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셔틀버스 기다리던 곳은 까마득히 아래에 있었고 산등성이에 희미하게 셔틀버스가 올라오는 길이 보였다. 날씨가 맑아 시야는 깨끗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비라도 왔거나 구름이 많이 끼었다면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겠는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가이드가 4시까지 모이라 했기에 하산을 서둘렀다.


4,680에서 내려오기 시작해서 4,506까지 내려오는데 중간 어느 쯤에서 갑자기 호흡이 편해졌다. 머리가 덜 어질어질했다. 4,506에 내려오니 별로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3,300까지 역시 금세 내려갔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우리 일행 중 다섯 명만 탔다. 다른 세 명은 미리 내려갔나보다. 대신 모르는 사람들이 셋 탔다. 20대 중국인 아가씨들이었다. 그들이 한국말을 못하고 우리가 중국말을 못하니 그저 웃음으로만 교감했다. 그러다 아가씨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자동통역기를 가동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또 몇 마디 통했고... 귀주성에서 왔다고 했다. 운남성 바로 동쪽이다. 어느덧 케이블카는 3,300 하차점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셔틀버스를 또 기다려야 했다.


종점에서 더 위를 올려다보았다
빙하 지대
4,680 지점에서 내려다보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온다
꼭대기에 올라온 사람들
케이블카 타는 4,506 지점이 보인다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다
제법 많이 내려온 지점이다
꽤나 내려왔다
산 아래가 더 가까워졌다
다 내려와서 위를 올려다보다
골프장이 보인다
산속에 희미하게 난 길이 셔틀버스 다니는 길
하바설산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면서
케이블카 내린 지점에서
케이블카 타고 내려와 바라본 옥룡설산


원래 우리 일정은 백수하(白水河)를 들르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한 명이 심하게 어지러워하면서 가이드에게 요청해 호텔로 바로 가자고 청했다. 다행히 다른 팀들이 동의해주어 백수하를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백수하행 버스가 아니고 우리 버스가 대기 중인 데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주차장에서


옥룡설산에서 이제 하산한다. 여강 시내를 향해 달린다. 그런데 여강 시내와 옥룡설산을 잇는 도로가 상하행선이 완전히 딴 길이다. 즉 길이 일방통행로이다. 두 길 사이가 꽤나 떨어져 있어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여강 시내 근처에 와서야 두 길은 하나로 합해졌다. 샹그릴라대로로 접어들었다. 이 길이 여강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중심 도로다. 호텔 부근에 이르러서 유턴하는 데가 없기에 일찌감치 좌회전한 다음에 동네 한 구역을 돌아서 호텔에 버스는 들어섰다.


마지막 저녁이었다. 호텔 안에서 저녁을 먹었다. 일행 여덟 명 중에서 세 명은 안마를 원하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호텔 방에서 안마를 받느라 남았고 나와 친구 L은 그 시간에 여강고성을 구경하러 나섰다. 택시를 탔다. 택시 타면 5분도 안 걸린다. 난 벌써 여강고성이 세번째다. 이번엔 안 가본 데로 친구와 함께 갔다. 높은 데로 올라간 거다. 여강고성 복판에 사자산(獅子山)이 있고 사자산에 만고루(萬古樓)가 있다. 만고루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르는데 도중에 전망이 좋아 뵈는 찻집이 있기에 그리 들어갔다. 커피값이 무려 58원이니 만 원 돈이다. 두 사람은 여강고성이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서울의 사대문 안 정도의 크기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터키 이스탄불의 소피아성당 얘길 비롯해 건축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여강고성의 사자산 커피숍에서 내려다본 야경


사자산 중턱의 커피숍을 나와 호텔로 향했다. 가진 돈이 다 떨어져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없다. 택시 요금이 10원인데 남은 돈이 4원밖에 없었던 거다. 지상의 길은 번잡하기에 지하보도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여강고성 입구의 지하도보로 내려가보니 처음에는 지하에 가게가 몇 있더니 곧 상점이 보이지 않았다. 호텔 방향의 복혜로(福慧路)에 지하보도가 길다랗게 나 있었는데 만들어진 지가 얼마 안 됐는지 상점은 단 한 군데도 입정하지 않은 상태고 오직 지하보도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나마도 곧 폐쇄할 시간인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었는데 가보니 바깥 문이 잠겨져 있었다. 큰일이다 싶었다. 한군데도 문 열린 데가 없다면 갇히는 거니까. 최소한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여강고성 입구에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거다. 다행히 어느 한 곳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열려 있어 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호텔 부근 시장통을 지나서 호텔로 돌아오니 밤 11시였다. 방에선 한창 안마를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가 또 다 지나갔다. 3박 4일의 마지막 밤이었다.


5,596미터 옥룡설산을 3,300에서 케이블카 타고 4,506까지 올랐고 걸은 구간은 4,506에서 4,680까지의 해발 고도 174미터 부분이었다. 왕복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공기가 희박해서 견뎌내느라 좀 힘들었다. 해발 4,500미터대를 걸어볼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그러니 베이스캠프가 해발 5천 미터가 넘는다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는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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