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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5. 2016

운남성 여강 기행 - 호도협 차마고도와 옥룡설산 (4)

흑룡담과 여강고성

마지막날이다. 아침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호텔과 대각선 방향에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골목 안에 승용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폴크스바겐 차가 제일 많고 그 다음에 혼다도 꽤 많았다. 그밖에 북경현대나 기아차도 있고 이름 모를 차들도 많았다. 주택 문에 복을 비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富貴란 말이 흔하게 보였고 萬事順이란 말도 그랬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막힌 데가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마지막으로 超市에 들렀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정도 되는 상점이었다. 1층은 식품부, 2층은 잡화... 살만한 것이 별로 눈에 안 띄어 겨우 고춧가루 두 봉지를 샀다.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우리 일행은 호텔 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제 호텔을 떠난다.


버스에 올라 흑룡담공원으로 갔다. 흑룡담공원 안에 들어서니 호수가 나타났다. 참 고요한 분위기다. 저 멀리 옥룡설산이 버티고 있었다. 여강 시내에선 어디서나 옥룡설산이 보이는 것 같다. 그만큼 산이 높다. 5,596미터가 장난이 아닌 게다. 30분 가량 주어진 자유시간 동안 흑룡담공원을 거닐었다. 득월루(得月樓)까지만 갔다. 공원 곳곳에 춤 추는 듯이 체조하는 이들이 있었다. 혼자서건 여럿이건... 한 할머니가 혼자 하고 있었는데 수준이 보통 아니어 보였다.


흑룡담공원에서 여강고성쪽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그 두 곳이 서로 연결돼 있는 줄은 몰랐다. 내를 따라서 걸어가다 보니 여강고성으로 넘어가게 됐다.



흑룡담 입구


흑룡담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연못
저 멀리 옥룡설산이 보인다
여강고성 쪽 방향이다
옥룡설산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득월루가 정면에 보인다



득월루 지나서 옥룡설산을 바라보다


가까이에서 본 득월루
물고기들이 여간 많지 않다


흑룡담공원에서 여강고성으로 넘어와 보니 갑자기 아주 낯익은 광경이 있었다. 여강고성 입구의 드넓은 광장이었다. 커다란 물방아가 돌고 있는 광장 말이다.


여강고성 입구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알리는 표지
물레방아
고성 입구 오른쪽 언덕배기 객잔들
사방가로 향한 넓은 길
벽화가 특이하다


사방가 가는 길

여강고성을 늘 밤에 걷다가 낮에 걸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사람이 더 많음을 알았다. 사방가 앞에 이르러 가이드는 한 시간 자유시간을 주겠다 했다. 자, 이제 한 시간이 주어졌다. 어떻게 보낼 것이냐? 사자산 만고루와 목부를 안 가 보았는데 가이드는 이 두 곳을 안내할 계획이 없는 거다. 각자가 알아서 가보든지 말든지... 목부를 가고 싶었다. 일행들은 쇼핑에 뜻이 있는 거 같았다. 친구에게 슬쩍 목부에 가보지 않겠냐 했더니 좋다 해서 둘은 목부를 향해 골목길을 걸었다.


목부는 그리 멀진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료가 자그마치 60원이었다. 우리 수중엔 겨우 40원뿐이었는데... 80원이 모자랐다. 60원이면 한국돈으로 만 원이 넘는데 무슨 입장료가 이리도 비싸단 말인가. 경비가 떡 버티고 있으니 몰래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할 수 없이 들어가기를 포기하고 외곽 벽 따라 돌기로 했다. 목부를 담장 따라 한 바퀴 돌았다. 여강고성 입구쪽의 상점가와는 딴판으로 목부 주변 골목길은 조용했다.


고성 안의 목부 부근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담벼락에 나시족의 상형문자가 붙어 있었다. 한문으로 중국어가 씌어 있고 나란히 나시족 사형문자가 번역돼 있는 듯했다.


사방가
사방가
목부 가는 길에 있는 관문
목부 입구
'목부'라는 글씨가 보인다
문 반대편
목부 입구
나시족의 상형문자
목부에서 제일 높은 건물
목부에 딸린 집
초등학교 담벼락에 중국어와 나시족 문자가 나란히 적혀 있다
위에 나시족 상형문자, 아래에 그 중국어 번역
남자와 여자이 역할에 대해 쓴 듯하다
편의점 표지판도 상형문자로 적어놓았다


사방가 앞으로 돌아와 보니 아직 시간이 20여 분 또 남아 있었다. 이젠 친구와 헤어져 혼자 사자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만고루를 가봐야 하니까 말이다. 전날 밤에 친구와 같이 왔던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가 전날 간 커피숍을 지나서 계속 더 올라갔다. 오르막이 끝나니 초소가 하나 보이고 그 반대편으로는 내리막이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 만고루 가는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고루를 갔더라도 또 입장료 때문에 못 들어갔을 것이다. 초소 부근에서 반대편의 여강 시내가 그런 대로 잘 보였다.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었다.


사방가 앞에 흐르는 내
은 세공품 가게
사자산에서 본 시내 광경
멀리 옥룡설산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서둘러 사방가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내려가다가 만고루 올라가는 길 안내 표지판을 발견했다. 아마 그쪽으로 올라갔더라면 기와집이 그득한 여강고성이 발 아래로 잘 보였을 것이다. 12시 2~3분을 남기고 일행들과 다시 만났다. 이제 고성 입구로 가야 한다.


사자산에서 내려오면서
차를 파는 가게
사방가에 다시 돌아왔다
사방가에서 고성입구 방향... 멀리 옥룡설산이 보인다
서양인들 모습이 보인다
전총 악기 상점
고성 입구 부근 상점


점심 먹을 식당은 고성입구에서 가까웠다. 이제 점심만 먹으면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행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골목길에 중학교 수학여행인 듯 보이는 학생들 무리가 지나가는데 가도 가도 끝없이 행렬이 뒤따르는 걸 보면서 인해전술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중국은 과연 인구대국이다. 이 많은 학생들이 어디 가서 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수학여행단이 묵을 만한 시설은 어딘가 분명 있으리라.


마지막 점심을 먹은 식당
고성 입구 광장인데 옥수수를 말려서 걸어놓았다
물레방아
소수민족 복장을 한 여성


여강고성 바깥 대로변 주차장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버스에 올랐다. 이제 공항으로 간다. 여강 시내를 벗어난다. 로터리 몇 개를 지나니 완전히 시 외곽이다. 목요일 도착한 날은 시내에 들어올 때 평지였던 기억인데 어찌 공항으로 가는 길엔 이리도 높은 언덕이 있는지! 언덕을 넘어 공항 방면으로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공항이 점차 가까워졌다.


공항 가는 길 어느 로터리
여강공항
인천으로 갈 비행기


여강공항은 참 이상했다. 항공사 카운터가 보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보안검사와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위한 대기실에 갔는데도 콜라 한 잔 파는 가게가 없었다. 온수,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여강공항도 달라지긴 할 모양이었다. 대기실 한쪽 벽에 가게 들어설 자리가 만들어져 있고 상점 간판은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여강 시내에 그토록 많은 호텔들과 여강고성의 그 많은 인파는 비행기보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강에 오는 이들이 많음을 직감하게 했다. 우린 비록 비행기를 타고 여강에 왔지만...


비행기 출발은 예정 시간보다 거의 한 시간 늦게 이루어졌다. 다행히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 시간은 여강에 올 때보다 40분 이상 단축됐다. 왜 그런지 이해할 순 없었다. 3박 4일의 여행이 끝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비행기는 힘차게 이륙했다. 활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았다. 서서히 왼쪽으로 기수를 틀어서 중국 내륙을 향해 동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사흘 전과 마찬가지로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좌석이 빼곡히 찼다. 한국사람들뿐인 것도 마찬가지였고... 이제 나는 서울로 간다. 중국 대륙을 건너질러 한국으로 간다. 오로지 상상만 할 뿐이었고 인터넷의 사진을 통해 짐작ㅡㅌ만 할 뿐이었던 운남성 깊은 곳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코로 숨을 쉬어보고 간다. 속하고진과 여강고성에서는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상업은 역사가 유구함을 알았다. 골목골목 끝없이 객잔이 있었다. 여행사가 그토록 많은 걸 보고 중국인들이 여행을 좋아함도 알았다. 호도협과 하바설산의 차마고도에서는 대자연을 보았다.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말, 양들을 보았다. 옥룡설산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산들을 보고 해발 4,500미터 이상 지대의 희박한 공기도 느껴봤다. 공연을 통해서는 이곳에 소수민족들이 오랜 옛날부터 살아왔음을 알았다.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아주 일부 한 귀퉁이지만...


이제까지 연길 등 동북 지역과 북경 말고는 중국을 가보지 못했는데 운남성 깊숙한 곳에 와봄으로써 중국에 좀 더 눈뜨게 됐다. 신장 위구르나 티벳, 그리고 서안, 낙양, 정주, 개봉 등지에도 흥미가 생기고 상해, 항주와 황산, 장가계, 계림 등도 궁금해졌다. 하문이나 해남도도 마찬가지다. 산동성의 태산은 왜 안 가고 싶을까. 중국은 크고 갈 곳은 많다. 어디 중국뿐이랴. 북으로 몽골, 남으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서쪽으로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도 가볼 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네팔이나 부탄도 흥미로우리라. 운남성 여강이 내 방랑벽에 불을 지폈다.

제주 상공을 거쳐 인천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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