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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Nov 04. 2016

서울 남쪽 한 바퀴 자전거 여행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하트코스가 있다. 안양천에서 한강으로 온 다음 한강자전거도로를 달리다 탄천과 양재천을 지나 과천으로 해서 돌아오면 하트 모양이라 해서 하트코스다. 그 하트코스는 두어 번 달려본 적이 있다.


오늘은 좀 확장된 하트코스를 달려보기로 했다. 양재천으로 가지 않고 탄천을 따라 계속 달려 분당, 죽전을 거쳐 수지, 광교를 지난 다음 창룡문에서 꼬부라져 지지대고개 넘어 다시 안양천을 타고 돌아오는 코스를 달려보기로 했다.


출발은 아침 8시 45분께 했다. 날씨가 풀려서 그리 춥지 않았고 해가 나지 않아서 달리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약간 흐려서 사진 찍기에 그닥 좋지 않다는 점 말고는 좋은 날씨였다.



얀양천 따라 북쪽으로 줄기차게 달리면 한강이 나온다. 그곳에 오면 볼 게 많다. 강 건너에 상암동 축구경기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하늘공원이다. 하류 쪽으론 아스라히 가양대교가 보이고 상류 쪽으론 공사중인 월드컵대교 교각이 놓여 있다.



여의도에 이르니 도회지 느낌이 물씬 난다.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건축물들이 시선을 끈다. 여의도는 과연 비즈니스 중심지다. 한강철교를 먼저 지나고 한강대교를 지나 동작대교쪽으로 달린다. 동작대교 위에 '노을카페'라는 한글 간판이 반갑다. 한글이라서.



어느덧 잠실운동장 코 앞에 왔다. 탄천합수부라고 하는 곳이다. 그런데 다른 이름을 붙일 수도 있음을 알았다. '청담2교'라는 팻말이 다리 교각에 붙어 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쉬었다. 집에서 가져온 떡도 먹고 마실것도 함께 먹었다. 11시였다. 집에서 2시간 좀 더 걸렸다. 슬겅슬겅 달린 것 같은데 제법 빨리 온 편이다.



올림픽훼미리아파트가 보이는 데서 탄천을 건넜다. 가든5도 지나고 서서히 서울을 벗어나 성남으로 들어간다.


성남에 들어와서 잠시 길을 잃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앱을 켜서 지도를 보고 현 위치를 확인하니 과연 길을 잘못 들었다. 탄천을 계속 달려야 하는데 중앙공원 옆으로 난 작은 개천 옆 길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죽전에 이르렀다. 여긴 용인이다.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광교산으로 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자전거길읗 빠져나와 일반도로로 들어섰다. 성복역이 나왔다.



동수원IC 부근 광교사거리는 오랜만에 와보니 너무 변해 있었다. 엄청나게 번화해져 있었다..



수원에서 의왕 넘어가는 지지대고개에서 잠시 쉬었다. 이제 힘든 길은 다 지났다.


총 105.7킬로를 달렸다.



후기는 이러하다.


금요일 하루 쉬어 주기로 했다.
뭘 하며 쉴까 하다가 잔차를 타기로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서울 근교를 한 바쿠 돌아야겠다 싶었다.

양재천으로 해서 과천 거쳐 안양으로 돌아오면 하트코스는 너무 짧고,
좀 확장된 하트코스를 해보기로 했다.
양재천 아니고 탄천으로 해서 분당, 죽전, 수지, 광교 지나 수원 거쳐
안양으로 돌아오면 하루 빡빡할 거 같았다.

아침 8시 45분께 출발했다.
안양천은 조용했다.
날씨도 좋았다.
날이 풀렸고 해가 나지 않아 달리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
다만 쨍 하게 해가 나지 않아 사진 찍기엔 별로였다.

안양천 합수부에 이르러 한강을 조망하며 잠시 쉬었다.
선유도 옆을 지나 여의도에 이르렀고 곧 동작대교도 지났다.
평일이라 그런지 자전거꾼들이 별로 없었다.
걷는 이들도 역시 마찬가지.....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도 차례로 지났다.
잠실운동장 앞 탄천합수부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휴식했다.

집에서 갖고 온 떡과 음료를 마시며 충분히 휴식했다.
집에서 2시간 좀 더 걸렸으니 상당히 빨리 왔다.
슬겅슬겅 온 것 같은데....

탄천과 양재천이 갈라지는 데서 왼쪽으로 꼬부라져 탄천으로 향했다.
수서를 지났다.
올림픽훼미리아파트 앞과 가든5도 지나니 성남시였다.

오른편으로 성남비행장 담이 참 지루하게도 이어졌다.
하늘엔 수송기로 보이는 군용 비행기들이 계속해서 착륙을 위해
비행장으로 접근했다.

탄천에 새떼들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굉장했다.
자전거 타러만 나오지 않았다면 죽치고 앉아 사진을 찍었더라면
멋진 광경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판교에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다리를 수도 없이 지났다.
웬 다리가 그리도 많은지.....

탑마을, 하탑교 등 '탑'자 들어가는 지명이 자꾸 나타났다.
'이매'도 들어보던 동네다.
'백현'도....

달리다가 문득 이게 아닌데 싶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 싶었다.
왼쪽으로 수풀 우거진 공원이 있었다.

멈춰 섰다.
앱을 켜서 지도 위에서 현 위치를 확인했다.
과연 길을 잘못 들었다.
탄천을 계속 따라가야 하는데 중앙공원 옆의 작은 실개천 옆을 달리고 있었던 거다.

뒤로 돌았다.
오던 길을 되돌아와 열나게 달려 탄천을 만나 제대로 길을 잡았다.

궁내교는 많이 들어보던 다리다.
그 밑을 지나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싶어 거리로 들어갔다.
먹을만한 집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김밥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주문했다.
김밥 두 줄로 점심을 대신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멀리 보였다.
갑자기 깊은 시골에 온 기분이었다.

거길 지나니 미금, 오리 같은 지명이 나오더니 어느덧 죽전에 이르렀다.
이젠 용인이다.
성남이 다 지나갔다.

죽전부터는 하천이 좁아지면서 길이 꼬불꼬불했다.
정평교, 구 정평교 같은 다리를 건너더니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길을 멈추고 앱을 켜서 현 위치를 확인했다.

자전거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지만 더 갔다가는 산으로 가게 돼 있었다.
광교산....
그건 아니었다.
도로로 빠져나왔다.

성복역이 나왔다.
화장실도 들를 겸 상가로 나왔는데 아주 근사했다.
서양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느낌마저....
작은 분수대 앞에서 잠시 쉬면서 동영상도 찍어 보았다.

수원 방향으로 좀 더 달리니 이제 지리를 알만했다.
조광조 묘 앞을 지났다.
경수고속도로도 나오고 동수원IC가 멀지 않았다.
수원광교박물관과 심온 선생 묘는 하도 거대해서 현충사가 아닌 듯싶었다.

그리고 광교사거리가 언제 이렇게 변했냐.
오랜만에 와보니 동수원IC 부근이 이렇게도 달라져 있다니~~~!

그런데 경기대쪽으로 가는 길을 아무리 두 눈에 불 켜고 봐도 잘 안 보인다.
사거리 한 귀퉁이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뒤로 자전거길이 나 있었고
그 길을 이용하니 경기대 후문이 나와서 거기서부터는 잘 아는 길이었다.

언덕을 오르니 오른편에 수원외고와 경기도남부경찰청이 있었고
드디어 창룡문 사거리에 이르렀다.
1번국도를 만난 거다.

오른쪽으로 꼬부라졌다.
이제부터 대한민국 1번 국도의 수원 시내 구간을 달리는 거다.
자전거길은 없다.
차와 나란히 달려야 한다.

길이 좁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때론 얄미운 운전자들이 있었다.
'깻잎 한 장' 사이에 두고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승용차....
운전 실력 자랑을 하는 건가?
내 간은 콩알보다 작게 오그라들었다.
이 길 말고 다른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수원 시내 구간을 지나 파장동을 끝으로 지지대고개 앞에 이르렀다.

이 고개를 넘으면 의왕시다.
지지대고개 넘기 전 팔각정 휴게소가 있어 잠시 쉬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오늘 자전거여행의 9부 능선은 넘은 거다.

지지대고개 넘어서 드넓은 1번 도로를 신호등 있는 데서 반대편으로 건넜고
안양천 자전거도로 시점을 찾아내 그리로 들어갔다.
안양천 자전거도로 시점은 정말 보잘것없다.
길 폭은 좁디 좁다.

자꾸만 다리 밑을 지나가는데 다리 밑 도로 높이가
1.7미터는 보통이고 제일 낮은 데는 1.6미터도 있다.
그냥 지났다가는 머리 뼈가 나간다.
잔뜩 몸을 숙여서 간신히 빠져나갔다.

서서히 길이 넙어져서 제법 자전거도로다운 길로 변해 갔다.
백운호수 방향 학의천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왔다.
여기서부턴 길도 더 넓어지고 아주 익숙한 데다.
신나게 밟았다.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았기에 완전히 나가기 전에
집에 가야겠단 생각에서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면 오늘 달린 거 기록한 앱이 작동 안 돼
기록이 안 될지도 모르겠기에......
막판에 용을 쓴 거다.

집에 오니 4시 25분이었다.
출발한 지 7시간 40분반이었다.
앱을 켜보니 105.7km를 달렸다.

하루에 다 못 돌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가뿐하게 돌았다.
다만 수원 시내 구간을 달릴 때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일반 차도여서
긴장한 채 달린 것만 좀 불편했다.
여긴 어쩔 수가 없다.

하루 운동 잘 했다.
가을은 헌껏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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