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글쓴이만 뜻을 알아서야

by 김세중

글쓴이만 뜻을 알아서는 안 돼


아직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표를 반려하지 않고 그냥 들고 있는 것은 김수남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여권에서는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는데 검찰총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의도라면 또 한 번의 착각이다.

1124 ㅈ일보


'또 한 번의 착각'이라는 말은 다른 착각이 있었음을 전제한다. 그렇지 않고는 '또 한 번'이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그런데 위 글에서 '또 한 번의 착각' 앞에 그 다른 착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글쓴이의 머릿속에는 있을 테지만 글에서는 드러나 있지 않다. 따라서 독자는 다른 착각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드러나지 않은 뜻을 쉽게 알아채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독자는 궁금할 수밖에 없고 답답함마저 느낀다. 위 예에서는 다른 착각이 무엇인지 밝혀 주든지 아니면 '또 한 번의'를 빼야 한다. '그런 의도라면 착각이다' 또는 '그런 의도라면 착각일 뿐이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도라면 (그것은) 착각이다.


그런 의도라면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접속할 때는 호응을 생각해야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미 탈당 행렬과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분출하고 있다.

1124 ㅎ신문


위 예에서 '탈당 행렬'과 '목소리'가 다 '분출하고'에 걸린다. 그런데 '목소리가 분출하고'는 자연스러운 연결이지만 '탈당 행렬이 분출하고'는 그렇지 않다. '탈당 행렬'과 '목소리'에 다 어울리는 동사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 말로 '이어지고'나 '생겨나고'를 들 수 있다. 그런 말들이 마땅치 않다면 '탈당 행렬'과 '목소리'에 각각 따로 동사를 사용해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미 탈당 행렬과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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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이미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합리적인 시제 선택 해야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돈을 날려가며 이렇게 무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뒷받침 증언도 일부 나왔다.

1124 ㅎ신문


'증언'은 이미 나왔으므로 과거의 사실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뒷받침 증언'이라고 했다. '뒷받침할'은 아직은 뒷받침하지 않고 미래에 뒷받침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만일 '뒷받침'을 미래를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라 단정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썼다면 그렇게 쓸 게 아니라 '작용했음을 짐작케 하는'과 같이 써야 했다.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돈을 날려가며 이렇게 무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일부 나왔다.


국민연금이 가입자의 돈을 날려가며 이렇게 무리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짐작케 하는 증언도 일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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