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최적의 표현이라야

by 김세중

최적의 표현이라야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년 4월 말까지 퇴진하겠다”고 공표하라고 30일 요구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이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응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비박계의 ‘내년 4월 퇴진’ 요구가 ‘질서 있는 퇴진’을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임채정·김원기 등 더불어민주당 원로들과 권노갑·정대철 등 국민의당 원로들도 지난달27일 국가원로 시국회동에서 동의한 일정이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때까지의 국정 권한을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에게 넘긴다면 탄핵으로 야기될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선 일정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좌우되지 않고 ‘6월’로 분명히 정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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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때까지의 국정 권한을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에게 넘긴다면 탄핵으로 야기될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탄핵을 통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뜻이 담긴 문장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게 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는 동안 국론이 분열되고 국정에 공백이 생길테니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소화할'이라는 표현이다. 국회에서 탄핵을 하지 않는다면 탄핵으로 야기될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막을 수 있지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막을'과 '최소화할'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막을'은 문맥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지만 '최소화할'은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때까지의 국정 권한을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에게 넘긴다면 탄핵으로 야기될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막을 수 있다.


'최소화할'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탄핵으로 야기될'을 빼버리면 '최소화할'을 쓰더라도 문제가 없다. 탄핵을 하게 되든 탄핵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든 어차피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도 '최소화할'보다 '줄일'이나 '완화할' 같은 말이 더 낫기는 하다.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물러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그때까지의 국정 권한을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에게 넘긴다면 국론 분열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제를 분명히 할 필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한 박영수 전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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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고검장은 2009년 1월 검찰을 떠났다. 그런데 위 예문에서 '박영수 전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이다'라고 했다. 누가 보더라도 현재 검찰에 몸담고 있는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특별수사통이었다'라고 하는 것이 옳았다. 시제를 분명히 해야 뜻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검사로 임명한 박영수 전 고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이.



피동을 써야 할 때


박 대통령을 포함해 최순실씨,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수석 등이 직접적인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과거 인연에 얽매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역사적 임무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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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다'에서 피동의 뜻이 더해지면 '얽매이다'가 된다. '과거 인연에' 다음에는 피동의 뜻이 들어 있는 '얽매이다'가 와야 어울린다. 어간 '얽매이-'에 어미 '-어'가 결합되면 '얽매여'가 된다. 능동의 뜻을 지닌 '얽매어'가 아니라 피동의 뜻인 '얽매여'가 와야 맞다.


박 대통령을 포함해 최순실씨,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수석 등이 직접적인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과거 인연에 얽매여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역사적 임무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한 표현이 능사가 아니다


가뜩이나 국정이 비정상인 상황에서 경제마저 무너지면 기약할 훗날조차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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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이 비정상이라고 경제마저 무너져서는 안 됨을 호소하는 문장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기약할 훗날조차 사라진다'는 좀 표현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훗날은 오게 돼 있다. 그 훗날이 우울한 잿빛 훗날이냐 밝은 훗날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아예 훗날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온건하게 말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훗날을 기약할 수도 없다' 또는 '훗날을 기약하지도 못한다'라고 하는 것이 온건하면서도 뜻이 명확하다고 여겨진다.


가뜩이나 국정이 비정상인 상황에서 경제마저 무너지면 훗날을 기약할 수도 없다.

가뜩이나 국정이 비정상인 상황에서 경제마저 무너지면 훗날을 기약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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