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뜻을 알 수도 없고 짐작도 어려운 문장

by 김세중

같은 말이 연거퍼 쓰이면


대선 일정과 국정 수습을 감안해 정했다고 한다. 대체로 합리적인 시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대로 되면 헌법상 60일 이내 치르게 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는 6월 말이 된다.

1202 ㅈ일보


한 문장 안에 '되다'가 세 번 쓰였다. 처음 두 번은 문제가 없고 세번째는 꼭 '된다'라고 해야 할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6월 말이 된다' 자체가 그리 매끄러운 표현이 아닌 데다가 이미 '되다'가 앞에서 두 번이나 쓰였으니만큼 다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나았다. 같은 말이 되풀이해서 나오면 어색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될 수 있으면 같은 말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일 위 글이 시라면 운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되다'를 연거퍼 썼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위 글은 논설문이다.


이대로 되면 헌법상 60일 이내 치르게 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는 6월 말한다.


이대로 되면 헌법상 60일 이내 치르게 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는 6월 말있다.



부사는 위치에 따라 호응하는 동사가 달라진다


그간 우리는 중국이 민생 등을 핑계로 북한의 숨통을 터줘 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1202 ㅈ일보


'그간'은 부사로서 '조금 멀어진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비교적 짧은 동안'이란 뜻으로 과거부터 어느 시점까지의 일을 가리킨다. '그간'은 반드시 동사와 호응하게 돼 있다. 위 예에서 '그간'과 호응하는 동사가 무엇인가. '안다'인가. '터줘 왔다'인가. '그간'이 '터줘 왔다'와 호응한다면 '그간'의 위치가 잘못됐다. 적어도 '우리는' 다음에 와야 '터줘 왔다'와 호응할 수 있다. '우리는' 앞에 온 이상 '그간'은 '너무도 잘 안다'와 호응할 수밖에 없는데 '그간'과 '너무나 잘 안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간'은 과거, '너무나 잘 안다'는 현재기 때문이다. 글쓴이도 '그간'을 '터줘 왔다'를 꾸미는 것으로 썼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의 위치를 '우리는' 다음으로 옮겨야 한다. 아예 '그간'을 위 문장에서 빼더라도 의미가 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우리는 그간 중국이 민생 등을 핑계로 북한의 숨통을 터줘 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우리는 중국이 민생 등을 핑계로 북한의 숨통을 터줘 왔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뜻을 알 수 없고 짐작도 하기 어려운 문장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을 직무유기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목하고도 소환조사를 하지 못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우 전 수석과 업무상 협조가 빈번했던 검찰로서는 그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선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특검 수사에 모든 것을 맡긴 상황에서 내부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1202 ㅈ일보


'우 전 수석과 업무상 협조가 빈번했던 검찰로서는 그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선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볼 수 있다'의 목적어가 생략된 문장이다. 무엇을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말하자면 비문이다. 문장이 비문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앞 문장과도 연결이 되지 않고 뒤 문장과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만일 아래와 같이 풀어서 썼더라면 앞 문장과도 연결이 되고 뒤 문장과도 연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위처럼 글을 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래의 대안은 그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문장과 문장은 의미상 연결이 되어야 한다. 앞뒤 문장이 아무런 관련을 찾을 수 없이 따로 논다면 독자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과 업무상 협조가 빈번했던 검찰로서는 그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선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을 소환조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우 전 수석의 혐의와 관련 있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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