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아니라' 바로 쓰기

by 김세중

'혼란시키다'는 새말인가


대부분 근거 없는 의혹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사고 당일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연애설·굿판설·성형시술설 등 다양한 설이 등장해 사회를 혼란시킨 것은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 탓이 크다.

1208 ㅈ일보


아직까지 '혼란시키다'를 등재한 국어사전은 없어 보인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은 국어사전을 제공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국어사전에는 '감동시키다', '실망시키다', '좌절시키다' 같은 말이 올라 있지 않다. 접미사 '-시키다'가 붙은 동사를 아예 올리지 않았다. 이에 반해 다음의 국어사전에는 '감동시키다', '실망시키다', '좌절시키다', '감화시키다' 등이 올라 있다. 그러나 '혼란시키다'는 올라 있지 않다. 그런데 주요 일간신문의 사설에 이 말이 쓰인다는 것은 '혼란시키다'가 그리 낯설지 않은 말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반응이 다를 것이다. 익숙하고 필요한 말이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생소하고 낯설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말이 더 널리 퍼질지 아니면 더는 확산되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혼란시킨' 대신에 '혼란케 한', '혼란에 빠뜨린', '혼란에 몰아넣은' 등과 같은 말을 쓸 수 있다. '혼란시킨'과의 차이는 이들 표현은 단어가 아니라 구라는 점이다. 구는 두 단어 이상이 연결된 것이어서 단어에 비해 길다. 긴 구보다는 짧은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혼란시키다'와 같은 새말을 만들어 쓴다. '혼란시키다'가 새로운 단어로 정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언어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이라면 '혼란시킨' 대신에 '혼란케 한', '혼란에 빠뜨린', '혼란에 몰아넣은'을 쓰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 근거 없는 의혹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사고 당일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연애설·굿판설·성형시술설 등 다양한 설이 등장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 탓이 크다.



'아니라' 바로 쓰기


이번 청문회는 분노를 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 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1208 ㅈ일보


위 문장의 의미를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무슨 뜻인지 전달이 됐으니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위 문장을 빨리 읽을 때는 문제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겠지만 천천히 읽게 되면 말이 안 됨을 알 수 있다. '아니라'와 호응하는 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 오래 남는다. 나중에 다시 읽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은 토해 놓는 즉시 없어져 버린다. 한번 쓰면 두고 두고 남을 은 뜻만 통하면 된다고 허술하게 쓸 게 아니다. 흠 잡힐 데 없는 문장을 쓸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로 고쳐 써 볼 수 있다.


이번 청문회는 분노를 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 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청문회는 분노를 배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정 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청문회는 분노를 배설하는 자리가 아니며 국정 농단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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