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동사와 목적어의 궁합

by 김세중

동사와 목적어의 궁합


야당도 그를 헌법에 의해 국정 권한을 부여받은 공식 책임자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사드·GSOMIA 등 이미 외국과 체결한 합의들은 번복하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큰 만큼 황 권한대행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

1213 ㅈ일보


'외국과 체결한 합의들'은 무난하다고 볼 사람도 있겠다. 무슨 뜻인지 모를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합의를 체결했다'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합의를 체결했다'가 이상한데 '체결한 합의들'이 훌륭한 표현일 수 없다. '체결하다'는 '협정', '협약', '조약'이나 '계약' 같은 말과 어울린다. '합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과 체결한 합의들'보다 '외국과 맺은 약속들'이라 하는 것이 낫다.


특히 사드·GSOMIA 등 이미 외국과 맺은 약속들은 번복하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큰 만큼 황 권한대행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



적확한 단어를 써야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1213 ㄷ일보


위 예문은 복문이다.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가 의미상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대조의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가 앞 절인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과 대조되는 표현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앞 절에서 '정치인은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과 같은 말이 나왔을 때 어울리는 말이다. 반대로 앞 절에서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이 나온 만큼 이어지는 절에서는 '정당은 굳건히 자리를 지켜야 한다' 또는 '정당은 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정당은 늘 있어야 한다' 등과 같은 말이 나와야 대조가 선명해진다. 문맥에 가장 맞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정당은 굳건히 자리를 지켜야 한다.



'흡사' 제대로 쓰기


친박계 의원들에겐 지난 4월 총선에서 자신을 뽑아준 국민과 지역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흡사 ‘박근혜 대통령 부활’에만 목숨을 건 ‘정치 좀비’들의 본능적인 행동과 다를 게 없다.

1213 ㅎ신문


'흡사 ‘박근혜 대통령 부활’에만 목숨을 건 ‘정치 좀비’들의 본능적인 행동과 다를 게 없다.'에서 '흡사'는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흡사'는 거의 같을 정도로 비슷한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로서 주로 '같이', '처럼', '듯이'와 함께 쓰인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흡사'가 쓰였지만 문장 맨 끝에 '다를 게 없다'가 나왔을 뿐이다. 따라서 '흡사'가 없어도 그만이다. '흡사'를 굳이 쓰고자 한다면 '다를 게 없다'라고 할 게 아니라 '같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박근혜 대통령 부활’에만 목숨을 건 ‘정치 좀비’들의 본능적인 행동과 다를 게 없다.


흡사 ‘박근혜 대통령 부활’에만 목숨을 건 ‘정치 좀비’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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