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겉뜻과 속뜻이 다른 말

by 김세중

생뚱맞은 시제 독해 가로막는다


안 그래도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간 후부터는 느슨한 근무 행태가 체질화되고 있다. 장·차관과 국장들이 업무차 서울 간 동안을 무두절(無頭節)이라며 휴일처럼 부른다고 한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갇힌 것처럼 도태되어 간다는 걱정이 많았다. 탄핵 정국 이후로는 더 심해져 공무원들 스스로 "나사가 완전히 풀렸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1224 ㅈ일보


대통령 탄핵 이후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지적하는 글의 한 부분이다. 그 실태를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중간에 '엘리트 공무원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갇힌 것처럼 도태되어 간다는 걱정이 많았다.'라고 했다. 앞이나 뒤에서는 '있다', '한다'라고 하고 도중에서 '걱정이 많았다'라고 하여 '무슨 뜻이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굳이 '걱정이 많다'라고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마치 지금은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그런 뜻이 아니라면 생뚱맞게 '걱정이 많았다'라 할 게 아니라 '걱정이 많다' 또는 '걱정도 많다'와 같이 표현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실태를 열거하는 중이라면 시제도 일관성 있게 현재 시제를 써야겠다.


엘리트 공무원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갇힌 것처럼 도태되어 간다는 걱정도 많다.



무리한 줄임은 비논리적 표현 낳아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1224 ㅈ일보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피해'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되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논리적인 표현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게 곧 피해가 아니고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피해를 낳는다. 따라서 표현을 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은 그 대안들이다.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데서 생기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공무원들이 일손 놓고 부처 간 업무 협조도 제대로 안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



겉뜻과 속뜻이 다른 말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의 가능성이 예상된다.

1224 ㄷ일보


위 문장에서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에 호응하는 말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의 가능성이 예상된다'이다.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글쓴이의 속뜻은 그것이 아닐 것이다. 글쓴이는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트럼프 정부가)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단하면'에 서술어가 호응하도록 표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변화할'이든지 '트럼프 정부가 외교정책을 바꿀'이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에 호응할 말들이다.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가 외교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예상된다.


[보충]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은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누가 판단한다는 것인가? 우리인가? 나인가? 아닐 것이다. 트럼프 정부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보충하면 '트럼프 정부가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이 된다. 그럼 '도움이 된다'의 주어는 무엇인가? 이 역시 생략되어 있는데 이것마저 보충하면 '트럼프 정부가 외교 정책 변화가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이 된다. 그럼 이에 이어지는 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트럼프 정부가 외교 정책 변화가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외교정책을 바꿀 가능성'이다. 이런 가능성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물론 예상의 주체는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 '우리'거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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