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논지와 무관한 말은 생뚱맞다

by 김세중

논지와 무관한 말은 생뚱맞다


세월호는 배수량 6835t에 1000t이 넘는 화물이 실렸다. 이런 세월호가 7000~1만t급 미 핵잠수함과 충돌할 경우 잠수함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1만t급 잠수함이 수심 30여m에서 기동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 해군의 1200~1800t급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잠수함은 견디지도 못했을 것이다. 잠수함이 침몰을 면했다 해도 대대적 정비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게다가 수십 명의 승조원과 해군 관계자들 수백 명의 입을 영원히 다 막아야 한다. 정말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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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최근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 글은 이와 관련한 논설의 한 부분이다. 이 논설은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는 주장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세월호가 7000~1만t급 미 핵잠수함과 충돌할 경우 잠수함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1만t급 잠수함이 수심 30여m에서 기동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이다. 앞에서 세월호가 7000~1만톤급 미 핵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이 나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런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문장 바로 뒤이어 1200~1800톤급 우리 해군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7000~1만톤급 미 핵잠수함과 1200~1800톤급 한국 해군 잠수함은 규모가 전혀 다른 함정이다. 세월호 발생 원인을 잠수함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두 가능성에 대해 다 말했다면 상관이 없지만 1200~1800톤급 한국 해군 잠수함과 부딪쳤을 가능성만 문제 삼았다면 7000~1만톤급 미 핵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에 대해 논설에서 언급할 이유가 없다. 말하자면 논지와 무관한 것이다. 논지와 무관한 말은 독자로 하여금 의아한 느낌을 갖게 한다. '왜 이런 말을 했지?' 하는 의문에 빠지게 한다. 이 부분을 통째로 빼든지 아니면 이 부분을 언급하게 된 근거를 말하든지 택일해야 한다.



목적어가 있다면 '정착하다' 아니라 '정착시키다'를 써야


무엇보다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을 정착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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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라고 할 것을 '~시키다'라고 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되는데 거꾸로 '~시키다'라고 해야 하는 것을 '~하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위 예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정착하다'는 자동사로서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아 머물러 살다' 또는 '새로운 문화 현상, 학설 따위가 당연한 것으로 사회에 받아들여지다'라는 뜻이다. 자동사기 때문에 '~을'이라는 목적어가 필요치 않다. 목적어가 있다면 '~을 정착시키다'라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로 환경을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아직 출발조차 않았는데 숙제를 완수했다니!


촛불은 신성한 국가권력을 사인(私人)에게 갖다 바친 주권횡령·헌법파괴 범죄를 가차없이 태워버렸다. 4당체제가 불통과 불투명, 역사 후퇴로 점철된 박근혜식 궁중 정치를 단순히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시대적 숙제를 완수했다고 볼 수 없다. 촛불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패거리 정치, 무책임 대통령제, 기업형 뇌물경제에서부터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굴종하는 침묵의 나선문화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 문화 저변에 깔린 적폐들을 하나씩 찾아 소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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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부터 주말마다 계속된 촛불 집회가 두 달 가량 이어졌고 드디어 새누리당이 분당함으로써 4당 체제가 성립하게 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논설이다. 그런데 '4당체제가 불통과 불투명, 역사 후퇴로 점철된 박근혜식 궁중 정치를 단순히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시대적 숙제를 완수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4당 체제는 곧 탄생할 것으로 보이는 단계이지 아직 제대로 출발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4당체제가 불통과 불투명, 역사 후퇴로 점철된 박근혜식 궁중 정치를 단순히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시대적 숙제를 완수했다고 볼 수 없다.'라니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 먼 미래의 일에 대해 미리 예측하는 거라면 이해 못할 바 없겠지만 아직 제대로 출발도 안 한 마당에 미래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 부분은 통째로 들어내든지 아니면 적어도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만 문맥에 어울린다 할 것이다.


4당체제가 불통과 불투명, 역사 후퇴로 점철된 박근혜식 궁중 정치를 단순히 청산하는 것만으로는 시대적 숙제를 다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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