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단어 선택은 문맥에 맞게

by 김세중

'내년'이 '시대'가 될 수 있나


아이켄그린은 2017년이 갤브레이스의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 발간 40주년임을 상기하며 내년은 그때보다 더 심한 예측 불가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230 ㅈ일보


'국립외교원 "내년은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제목의 사설의 한 구절이다. '내년은 그때보다 더 심한 예측 불가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는데 내년은 2017년으로 한 해를 가리킨다. 그런데 한 해를 두고 '예측 불가 시대'라고 하였다. 저자인 아이켄그린이 쓴 영어 표현이 age였다면 '시대'라고 번역할 수도 있고 '해'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는데 '내년'을 '시대'라고 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시대'는 '구석기시대', '요순시대', '조선시대' 등에서 보듯이 상당히 긴 기간을 가리키는 데에 쓰이지 1년 365일을 가리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측 불가 시기' 또는 '예측 불가의 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아이켄그린은 2017년이 갤브레이스의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 발간 40주년임을 상기하며 내년은 그때보다 더 심한 예측 불가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어 선택은 문맥에 맞게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6%로 잡았다. (중략) 취업자 증가 폭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예상했다. 경상 흑자도 820억 달러로 올해보다 120억 달러 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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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증가 폭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예상했다'고 했는데 '취업자 증가 폭'과 '3만 명 적은 26만 명'이 서로 맞지 않는다. 올해 취업자는 29만 명이었는데 내년 취업자는 26만 명으로 예상했다면 그 표현은 '취업자 수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예상했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내년은 올해보다 취업자가 3만 명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다고 하면서 '취업자 증가'라고 한 것도 잘못이거니와 '증가 폭'과 '26만 명'이 맞지 않는다. '취업자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취업자 수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예상했다.


취업자도 올해보다 3만 명 적은 26만 명으로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말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6%로 잡았다. 정부 목표가 3% 밑으로 주저앉은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중략)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로 예상했다. 신흥국은 4.6%다. 올해보다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봤다. 우리만 뒷걸음치면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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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게 잡은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이다. '우리만 뒷걸음치면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정부가 한 일은 내년 성장률을 2.6%로 잡은 것뿐이고 '선방했다고 위안하는' 일은 적어도 내년이 지나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려는 건 아닌지' 또는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겠다는 건 아닌지' 같은 말이 문맥에 어울리지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건 아닌지'는 맞지 않는다.


우리만 뒷걸음치면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위안하려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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