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ㅈ일보
'한국 경제史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2016년'이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 첫 문단이다. 이 사설은 제목이 보여주듯이 2016년이 우리 경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라는 것이 골자이다. 사설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논설'이라 국어사전에 뜻풀이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이나 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2016년은 우리 경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라는 이 사설의 결론이 주장 뚀는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막연해서 뜨악한 느낌을 준다. 2016년이 경제 면에서 최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주장이나 의견이 될 수 있겠지만 그걸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니 뜨악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다 쳐도 정작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위에서 보인 첫 문단의 서술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위 문단은 세 문장으로 되어 있다. 첫 문장에서 2016년은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해였다고 했다. 왜 그런 해였다고 보는지에 대한 뒷받침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만한 문장이다. 두번째 문장에서는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면 어느 나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장은 2016년에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는 것도 말하면서 이런 조건에 처했다면 어느 나라든지 대책 마련에 나섰을 것임을 말했다. 문제는 세번째 문장이다. 앞 두 문장으로부터 세번째 문장에서는 2016년엔느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정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음과 주요 경제 지표가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된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섰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음이 나올 것으로 누구든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세번째 문장은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다'가 나왔다. 독자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앞 두 문장과 세번째 문장은 아귀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앞뒤를 연결해 주는 부사 '하지만'이 사용됐기 때문에 앞 두 문장과 의미상 긴밀하게 호응하는 문장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세번째 문장은 앞 두 문장과 자연스럽게 호응할 수 있는 문장이라야 한다. 아래는 그 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지만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에서 기대 밖의 문장이 이어질 때 독자는 의문을 느끼게 된다. '논리적인' 글이란 곧 읽는 이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글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