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논리적인 글

by 김세중



[사설] 한국 경제史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2016년

2016년은 한국 경제가 반세기 동안 작동했던 패러다임을 벗고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해였다.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밑돌고 제조업 가동률, 투자, 가계 부채 비율 같은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면 어느 나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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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史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2016년'이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 첫 문단이다. 이 사설은 제목이 보여주듯이 2016년이 우리 경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라는 것이 골자이다. 사설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논설'이라 국어사전에 뜻풀이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이나 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2016년은 우리 경제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라는 이 사설의 결론이 주장 뚀는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막연해서 뜨악한 느낌을 준다. 2016년이 경제 면에서 최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주장이나 의견이 될 수 있겠지만 그걸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니 뜨악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다 쳐도 정작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위에서 보인 첫 문단의 서술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위 문단은 세 문장으로 되어 있다. 첫 문장에서 2016년은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해였다고 했다. 왜 그런 해였다고 보는지에 대한 뒷받침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만한 문장이다. 두번째 문장에서는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면 어느 나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장은 2016년에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는 것도 말하면서 이런 조건에 처했다면 어느 나라든지 대책 마련에 나섰을 것임을 말했다. 문제는 세번째 문장이다. 앞 두 문장으로부터 세번째 문장에서는 2016년엔느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정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음과 주요 경제 지표가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된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섰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음이 나올 것으로 누구든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세번째 문장은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다'가 나왔다. 독자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앞 두 문장과 세번째 문장은 아귀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앞뒤를 연결해 주는 부사 '하지만'이 사용됐기 때문에 앞 두 문장과 의미상 긴밀하게 호응하는 문장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세번째 문장은 앞 두 문장과 자연스럽게 호응할 수 있는 문장이라야 한다. 아래는 그 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 이 해를 마감하게 됐지만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장과 문장의 연결에서 기대 밖의 문장이 이어질 때 독자는 의문을 느끼게 된다. '논리적인' 글이란 곧 읽는 이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글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겠다.


2016년은 한국 경제가 반세기 동안 작동했던 패러다임을 벗고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신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던 해였다.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밑돌고 제조업 가동률, 투자, 가계 부채 비율 같은 주요 경제 지표가 1997년 외환 위기 직전보다 더 나쁘게 됐다면 어느 나라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을까 싶은 경제 성적표를 들고도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이 해를 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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