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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an 02. 2017

2017년을 맞으며

작년 한 해를 되돌아보다


언제 오나 싶었던 2017년이 결국 왔다. 지금 2017년이다. 첫날은 수영을 갔다와 몸이 으슬슬하며 무겁더니 밤에 토(吐)를 한번 하고 나서야 몸이 개운해졌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벼워졌다. 수영도 연이틀 하니 그렇다. 매일 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인데...


지난해를 돌아본다. 2015년 8월말로 퇴직을 하고 2016년은 온전히 자유롭게 보낸 첫해였다. 단조로운 '9 to 6' 생활을 무려 26년이나 한 뒤였다. 직장엔 안 나가도 됐지만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1년을 거기 나가서 보냈다. 최선을 다했다곤 말 못해도 그래도 나름 애쓰며 보낸 한 해였다. 그래서 얻은 성과도 꽤 있다.


우선 수영을 배운 게 무엇보다 뿌듯하게 느껴지는 소득이다. 수영 강습에 나가기 시작한 건 2015년 9월이었다. 1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나가서 생기초부터 배우는데 영 늘지 않았다. 누워서 발차기를 하는데 왜 자꾸 가다가 멈춰야 하냐 말이다.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무려 넉 달을 그렇게 소득이 없으니 2016년 1월 들어 강사샘도 답답했는지 어느날 물에서 누워 보라 했다. 그래서 누워서 발을 저었더니 가라앉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가! 장님이 눈을 뜨는 거 같은 황홀한 기분이었다. 어느날은 샘이 손을 내 등 밑에 넣어 허리에 찬 '거북이'의 호크를 끌렀다. 거북이는 맥 없이 풀려서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랬는데도 내 몸은 가라앉지 않았다. 신기한 체험이었다.


허리의 거북이는 물론 손에도 아무것 없이도 물에 뜨게 된 건 한 달이 더 지나서였다. 2월 하순 이후론 아무 도움 없이 물에 둥둥 떴다. 강습도 끊고 3, 4월엔 매일 아침 사무실 근처 수영장에서, 그 후로는 주말에 집 근처 수영장에 나가서 즐겼다. 여름 언제부턴 수영장에 가더라도 2미터 수심에 가서만 했다. <50미터 자유형 60초 가능자>라는 경고문은 가볍게 무시하고 초심자 주제에 겁 없이 깊은 데 가서 했다. 


이제 수영은 내게서 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아직 다양한 영법을 익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차차 하면 될 터이니 조급해하지 않는다. 수영은 나와는 거리가 먼 거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이제 그 반대가 됐다. 더 없이 가까운 낙이 됐다. 언젠가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나가볼 생각에 젖으면 설렌다.


2016년엔 요리와도 친하게 된 한 해였다. 사실 요리라고 하기엔 어림없지만 달리 뾰족히 선택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침만 집에서 먹고 나오고 점심과 저녁은 혼자만의 사무실에 와서 해먹는 게 보통이었다. 밥이야 전기밥솥에 눈금까지 다 표시돼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 문제는 반찬이다. 


우선 국을 끓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스승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엔 웬 요리에 관한 정보가 그리도 많은지! 블로그, 카페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르침이 거기 있었다. 너무 많아 뭐가 따를만한 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미역국 하나, 잡채 하나만 해도 각자가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 먹고 있던지!


감자국, 계란국, 쇠고기국, 오뎅국, 된장국, 콩나물국, 미역국... 등등을 끓여 보았다. 다시 국물을 내기 위해 멸치를 주로 썼고 이따금 다시마도 넣었다. 간은 국간장으로 하다가 나중엔 새우젓갈을 즐겨 썼다. 미역국이 제일 신기했다. 한 줌도 안 되는 미역이 물에 불려지자 엄청난 부피로 늘어났다. 참기름 넣고 볶다가 물을 부어 미역국을 만들었다. 마지막에 참기름 두어 방울... 들깻가루를 넣어도 좋고...


감자조림도 즐겨 만들어 먹었다. 감자를 물에 불리고 후라이팬에 물엿이나 올리고당을 간장을 섞어 데운 뒤 감자를 넣어 조렸다. 양파도 좀 넣고... 잡채도 종종 만들어 보았다. 당면을 물에 불린 다음 푹 삶은 뒤 후라이팬에 물엿, 간장을 넣고 익혔다. 가끔은 계란찜도 해먹었다. 파전에도 도전해 보고... 물과 부침가루 양을 잘 맞추는 일이 늘 어려웠다. 언제 뒤집어야 하는지도 쉽지 않았다.


요리라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간단한 반찬 만들기는 이제 곧잘 하게 됐다. 감자, 양파, 무 같은 거 값도 이젠 대충 안다. 콩나물, 두부도... 언젠간 김치도 담아보고 싶다. 그럴 날 있을는지...


2016년엔 무엇보다 글을 많이 썼다. 원 없이 썼다. 브런치 작가 승락이 떨어진 게 2016년 1월 22일이었을 게다. 그 후로 날마다 글을 썼다. 모이고 모여서 이제 책도 하나 나오게 됐다.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7년도 기대가 된다. 2016년에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 내가 부지런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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