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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an 15. 2017

이용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데이터베이스

누구를 위한 디비인가

생물에 관해 국가가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가 여럿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은 정말 광범위하게 구축된 방대한 디비다. 한편, 산림청에서 제공하고 있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또한 적어도 식물에 관한 한 충실한 디비로 보인다.  


한데 이용자인 국민 입장에서 이 디비들을 이용하다 보면 당혹감을 느끼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분류 체계가 다른 게 이용자를 당황케 한다. 김치는 배추로 담근다. 한국인에게 김치란 거의 공기와 같은 것 아닌가. 그 김치의 재료가 배추고...... 그런데 배추에 대해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 보자.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선 배추를 이렇게 분류해 놓았다.


배추   Brassica rapa var. glabra Regel 

식물류현화식물문 > 목련강 > 풍접초목 > 십자화과 > 배추속 > 배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선 이렇게 분류했다.


배추   

          피자식물문 > 쌍자엽식물강 > 양귀비목 > 십자화과 > 배추속 > 배추



현화식물의 현화(顯花)는 꽃이 핀다는 뜻이겠다. 피자식물문의 피자식물은 속씨식물이라고도 하는데 당연히 꽃이 핀다. 현화식물문과 피자식물문은 따라서 표현이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할지 모르겠다. 


목련강과 쌍자엽식물강은 어떤가? 쌍자엽식물강에 목련강뿐인가? 목련강으로 쌍자엽식물강을 대표할 수 있는가? 식물학자가 아니니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퐁접초목양귀비목의 차이이다. 배추는 풍접초목에 속하는지 양귀비목에 속하는지, 퐁접초목과 양귀비목의 관계는 어떠한지 알 도리가 없다. 


동물에 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국가 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의 '생물종' 검색창에 동물 이름을 넣어 보았다.


'호랑이, 고양이, 너구리, 족제비' 등을 넣으면 그 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공된다. 참으로 유용하다.

그러나 '소, 말, 개' 등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있는 것은 왜 있고, 없는 것은 왜 없는가?


그런데 ''는 없어도 '소과'는 있다. 문제는 '소과'에 속하는 종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포유류) 산양 Naemorhedus caudatu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염소 Capra hircu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시타퉁가 Tragelaphus spekii(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블랙벅 Antilope cervicapra(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가는뿔가젤 Gazella leptocero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네뿔산양 Tetracerus quadricorni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도커스가젤 Gazella dorca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아시아물소 Bubalus arnee(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산양 Nemorhaedus caudatu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산가젤 Gazella cuvieri(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사사비 Damaliscus lunatus(국가생물종목록)

(종|포유류) 봉고 Tragelaphus eurycerus(국가생물종목록)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한한 동식물에 관한 정보가 엄청나게 수록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국민 누구나 입에 달고 살다시피하는 동물은 정작 빠져 있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만 해 놓고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모자라는 것은 없는지 살피는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기관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때 이를 조정하는 기능이 없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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