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좀 더 섬세한 표현을

by 김세중

불필요한 인용 피해야


헌재가 지난 17일 검찰에서 조사받았던 46명에 대해 헌재 변론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들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변론을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가장 막중한 재판이 어떤 특정 시점을 목표로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는 것도 옳지 않다.

0126 ㅈ일보


위 대목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특정 시점을 목표로 진행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진행된다는 것도 옳지 않다'라고 했다. '진행된다는'은 '진행된다고 하는'이 줄어든 말이다. 이때의 '-고 하는'은 '-고 하는', '-고 주장하는', '-고 생각하는' 등과 같은 말에서 '', '주장', '생각' 등이 생략된 것이다. 이를 통틀어 인용이라 할 수 있다. 이 '말', '주장', '생각' 따위가 누구의 말, 주장, 생각인지도 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탄핵 심판이 특정 시점을 목표로 진행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자체이지 그것을 누가 말하거나 주장하거나 생각하느냐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굳이 '진행된다는'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진행되는'이라고 하면 된다. 불필요한 인용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가장 막중한 재판이 어떤 특정 시점을 목표로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것도 옳지 않다.



'시키다' 남발 말아야


그러려면 어떤 쪽에서 보더라도 일절 시비를 걸 수 없도록 공정한 절차를 지켜 재판을 진행시켜야 한다.

0126 ㅈ일보


'재판을 진행해야'라고 하나 '재판을 진행시켜야'라고 하나 의미가 다르지 않을 때에는 '재판을 진행해야'라고 하는 것이 낫다. '재판을 진행시켜야'는 자칫 '다른 누구로 하여금 재판을 진행하도록 해야'라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다. 스스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그러려면 어떤 쪽에서 보더라도 일절 시비를 걸 수 없도록 공정한 절차를 지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표현이 정확해야 의미가 또렷해진다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사건 유야무야가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0126 ㅈ일보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사건 유야무야가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에서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만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문제든 '사건 유야무야가 아니라'가 끼어들어 문장의 뜻이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뜻이 선명해지도록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유야무야 넘길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는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유야무야 처리할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등과 같이 할 때 의미가 또렷해진다.


민주당은 표 의원 징계를 유야무야 넘길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의미 충돌을 피해야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은 말만 무성했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진척이 없다.

0126 ㅈ일보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은 말만 무성했지만'에서 '말만'의 보조사 ''과 '무성했지만'의 어미 '-지만'이 의미상 충돌을 일으켜서 뜻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말만 무성했지만'이 아니라 '말만 무성했' 또는 '말만 무성했을 뿐'이라고 했다면 뜻이 분명해졌을 것이다. 또는 '말 무성했지만'이라고 해도 뒤에 오는 말과 잘 대조되어 문제가 없다.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은 말만 무성했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진척이 없다.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은 무성했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진척이 없다.



좀 더 섬세하게 표현을 골라 써야


반 전 총장은 “대통령도 인간이니까 한계가 있다”며 ‘외치 대통령’을 주창했으나 귀국 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자 정치공학에 손을 벌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0126 ㄷ일보


'손을 벌리다'는 보통 '~에게 손을 벌리다'라고 쓰인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에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정치공학에 손을 벌린'이라고 했다. 정치공학은 사람이 아니다. 추상명사인 '정치공학'에 손을 벌린다는 것이 마뜩하지 않다. 이왕이면 좀 더 섬세하게 표현을 골라 쓸 필요가 있다. '정치공학에 눈을 돌린'이라든지 '정치공학의 힘을 빌린'과 같은 표현이 더 나아 보인다.


반 전 총장은 “대통령도 인간이니까 한계가 있다”며 ‘외치 대통령’을 주창했으나 귀국 후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물자 정치공학에 눈을 돌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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