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느낌을 말하는 문장을 쓸 때

by 김세중

'비전' 바로 쓰기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 미래의 보수는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국민에게 명확히 각인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다.

0127 ㅈ일보


위 문장은 두 군데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로, '각인해야 한다는 책무'에서 '한다는'이 문제다. '각인해야 책무' 또는 '각인해야 하는 책무'라고 하면 될 것을 '각인해야 한다는 책무'라고 했다. '한다는'에는 인용이 들어 있는데 불필요한 인용을 하였다.


둘째로,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비전'에 문제 있다. '이러이러하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이라고 하면 문제가 없다. '어떻게'는 의문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뒤에 나오는 동사에 의문형 어미가 쓰여야 한다. 그런데 '발전시킬 것이라는'에는 의문의 어미가 사용되지 않았다.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지 그 비전을' 또는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비전을'이라고 하면 '어떻게'와 '발전시킬지'가 서로 호응이 된다. 다른 대안도 있다. '어떻게'를 쓰지 않는 방법이다.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법과 비전을'이라고 하면 된다. 문장 속에서 어떤 말이든 그 말과 호응하는 말이 있어야 한다. 호응이 깨지면 문장이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 미래의 보수는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지 그 비전을 국민에게 명확히 각인해야 책무가 있다.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 미래의 보수는 국가와 사회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법과 비전을 국민에게 명확히 각인해야 책무가 있다.



조사 '의' 사용 신중해야


그는 2012년 대선에서도 종합편성채널의 출연을 거부한 바 있다.

0127 ㄷ일보


'종합편성채널 출연'에서 조사 '의'는 불필요하다.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하기를 거부한 바 있다'라고 쓰거나 그것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조사 '' 없이 '종합편성채널 출연을 거부한 바 있다'라고 하면 된다. 조사 '의'는 아무데나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쓸 필요가 없는 곳에는 쓰지 않아야 한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도 종합편성채널 출연을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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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말하는 문장을 쓸 때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 좌담에 잘 응하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언론은 지난 대선 때 그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

0127 ㄷ일보


어느 신문 사설의 한 부분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언론은 지난 대선 때 그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라는 문장은 여러모로 뜻밖이다. '자책감이 든다'라고 했는데 신문 사설에서는 보기 드문 표현이다. '자책감이 든다'는 단체나 집단이 아닌, 한 개인이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자책감이 든다' 또는 '우리 회사는 자책감이 든다'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 가족은 자책감이 든다'라고도 잘 말하지 않는다. 자책감은 한 개인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 중에서도 1인칭인 '나는'이 주어가 될 수밖에 없다. '너는 자책감이 든다' 또는 '그 사람은 자책감이 든다'도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문장에서 '언론은 자책감이 든다'라고 했다. 사설이란 필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쓰는 글로서 한 개인의 글이 아니고 한 신문사가 독자에게 쓴 글이다. 따라서 사설에서는 '자책감이 든다'가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주어를 '언론은'이라고 하니 뜨악하기까지 하다. 언론을 구성하는 신문사와 방송사는 여럿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 매체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있는 상황에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언론사가 있다. 그 중 한 언론사일 뿐인데 마치 모든 언론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언론은'이라고 주어를 삼아 당황스럽다. 다른 언론사들의 느낌까지 대변할 이유가 없다. '언론은' 대신에 '언론의 일원으로서', '파고들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 대신에 '파고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라고 한다면 의미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더 나은 문장이라고 여겨진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언론의 일원으로서 지난 대선 때 그를 더 깊이 파고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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