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최적의 표현을 찾아서

by 김세중

최적의 표현을 찾아서


누구든지 선거에 나갈 자유와 권한이 있다.

0201 ㅈ일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문제에 관한 논설 가운데 일부다. 피선거권에 관한 이야기인데 '누구든지 선거에 나갈 자유와 권한이 있다'고 했다. 여기서 '권한'이 이 맥락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이었는지 의아함이 느껴진다. 틀린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더 나은 표현이 있다면 더 나은 표현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법적 조건만 갖추었다면 국민 누구나 출마할 수 있음을 말하면서 '누구든지 선거에 나갈 권한이 있다'라고 한 것은 좀 어색하다. '권한'은 '권리'에 비해 한정된 뜻을 갖는다. 위 문맥에서는 '권한'보다는 '권리'가 적절해 보인다. 국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선거에 나갈 자유와 권리가 있다.



주어가 있는 게 좋다


중요한 것은 1948년 8월 15일을 기해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0201 ㅈ일보


'1948년 8월 15일을 기해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에는 서술어인 '태어났다'의 주어가 없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생략된 주어를 보충해서 이해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아마 생략된 주어는 '이 나라가', '우리나라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주어 생략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는 글쓰기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때로는 생략된 주어가 무엇인지 독자 입장에서 아리송할 때도 있게 된다. 주어는 있는 것이 좋다. '이 나라가', '우리나라가'와 같은 주어를 밝혀 주든지, 아니면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났다'가 아니라 '민주공화국 태어났다'라고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1948년 8월 15일을 기해 영토와 국민, 주권을 가진 민주공화국 태어났다는 점이다.



호응이 중요하다


반기문식 정치가 어떤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어정쩡한 입장이어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만 얻고 있는 것이다.

0201 ㅈ일보


'반기문식 정치가 어떤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는 뭐가 문제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무심코 넘어갈 것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문법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과 '것이라는'이 서로 호응하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은 의문형 어미를 요구하는데 '것이라는'은 서술형 어미기 때문이다. '어떤'은 '것인지'와 어울린다.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아예 '반기문 정치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반기문식 정치가 어떤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어정쩡한 입장이어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만 얻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식 정치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어정쩡한 입장이어서 오락가락한다는 인상만 얻고 있는 것이다.



문장성분들은 호응이 돼야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야만 궁극적으로 후보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0201 ㅈ일보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야만 궁극적으로 후보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에서 무엇이 '길인지' 주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는 것'이 '길이다'의 주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는 것이'라고 해야 '길이다'와 호응하면서 문장이 반듯해진다. '꺼내야만'을 굳이 쓰겠다면 '살릴 수 있는 길이다'가 아니라 '살릴 수 있다'라고 해야 한다. 무릇 문장성분들은 서로 호응이 돼야 한다.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후보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그런 각오로 건강한 보수층을 절망과 허탈감에서 꺼내야만 궁극적으로 후보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릴 수 있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아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해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0201 ㄷ일보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해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는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법적 요건을 채웠다 하더라도 더 정확한 표현이 있다면 그런 표현을 찾아 쓸 필요가 있다.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해'는 문장 속에서 초점이다. 그런데 2015년에 과연 서울행정법원이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을 놓고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하였을까. 2015년에 서울행정법원이 한 일은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해 정부가 개입한 것이 정당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 중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만을 떼내 이에 대해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이라고 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다.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 왜곡이나 편향적 서술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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