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가장 명료해야 할 마지막 문장

by 김세중

가장 명료해야 할 마지막 문장


저출산 여파가 곧 대학으로 몰아친다. 2023학년에는 대학 정원에서 무려 11만명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있다간 상당수 대학이 도산해 학생들만 피해를 입는다. 그 전에 구조조정을 하자고 해놓고 실제로는 엉터리 행정을 편 것이다. 부실 대학들이 국민 세금으로 연명한 사이 우리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경쟁적으로 교육부 퇴직 관료들을 보직교수로 영입했다. 이 퇴직 관료들이 부실 대학에 세금을 끌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부실 대학들은 세금을 끌어올 수 있으면 교육부 아닌 다른 부처 관료들도 데려간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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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논설의 마지막 두 단락이다. 논설의 제목은 '구조조정커녕 세금으로 부실大 연명시킨 엉터리 행정'이다. 부실 대학에 지원을 중단한다 해 놓고는 실제로는 지원을 계속한 정부 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부실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퇴직 관료를 보직교수로 데려오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맨 마지막 문장이다. 맨 마지막 문장은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이다. 어떤 글이든 마지막 문장은 글 전체의 결론이거나 결론과 깊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뜻이 명료해야 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는 글 전체의 결론과도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문장 자체의 뜻이 명료하지 않다. 이 문장의 뜻이 명료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주어가 두 군데나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나 제대로 하려면'에서 '하려면'의 주어가 없다.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는'에서 '배제해야'의 주어가 없다. 요컨대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려면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가 정부에 대해 하는 말인지 부실 대학에 대해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제삼의 다른 누구를 향해 하는 말인지가 분명치 않다. 우선 정부 당국을 향해 하는 말은 아니어 보인다. 정부 당국을 향해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실 대학을 향해 한 말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는데 부실 대학들이 퇴직 관료를 대학에 데려오는 것은 이득이 있어서일텐데 정부부터 배제해야 한다니 와 닿지 않는다. 정부 당국을 향해 한 말도 아니요 부실 대학을 향해 한 말도 아니라면 다른 누구를 향해 한 말인지 알 수 없다. 어떤 글이든 뜻이 분명해야 한다. 특히 논설문은 주장이 선명해야 하고 논설문의 마지막 문장은 그 글에서 주장하는 바가 가장 명료하게 드러나야 한다.



서로 어울리는 말끼리 결합해야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앞두고 한·미가 군사적 대비에 신속하게 발을 맞춰 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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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가능성을 앞두고'라고 했는데 '앞두다'는 '결전을 앞두다', '시험을 앞두다', '목적지를 앞두다'처럼 구체적인 사건이나 '이틀 앞두다'처럼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 목적어로 와야 어울린다. '가능성'과 같은 추상명사와 '앞두다'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가 군사적 대비에 신속하게 발을 맞춰 가는 분위기다.



동사에 맞는 조사를 써야


이런 위기상황이지만 한·미는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배치를 합의하지 못해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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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合意)하다'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다'라는 뜻의 말이다. '합의(合議)하다'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은 '두 사람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서 의논하다'라는 뜻으로 위 예문에서는 '합의(合意)하다'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 '합의(合意)하다'는 '~에 합의하다' 또는 '~기로 합의하다'로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상시순환배치 합의하지 못해'가 아니라 '상시순환배치 합의하지 못해'라고 해야 한다. 동사마다 보어에 붙는 조사가 다르다. 동사에 맞는 조사를 써야 한다.


이런 위기상황이지만 한·미는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배치 합의하지 못해 우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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