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연결어미는 문맥에 맞게

by 김세중

문법적으로 반듯한 표현을 써야


야당을 지지하든 아니든 많은 사람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205 ㅈ일보


'여당을 지지하든 아니든'에서 '아니든'은 앞에 오는 '여당을 지지하든'과 호응하지 않는다. '아니다'는 '이다'의 반대말로서 앞에 '아니든'이 쓰인 이상 그 앞에는 '~이든'이 와야 하는데 '~이든'이 아니라 '지지하든'이 왔기 때문이다. '여당을 지지하든'이 온 이상 그 다음에는 '여당을 지지하지 않든'이 와야 맞다. '여당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이 너무 길어서 짧게 줄이고자 한다면 '여당을 지지하든 않든'은 가능하겠지만 '여당을 지지하든 아니든'은 생뚱맞다. '여당을 지지하든 아니든'은 '여당을 지지하든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든'이 줄어든 말일텐데 이 말 자체가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다. '여당을 지지하든 아니든'은 글쓴이의 의도를 짐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문법의 관점에서는 바르지 않다.


야당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많은 사람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성분들은 서로 호응해야


따라서 기존 건물도 외벽의 내연재를 보강하고, 피난용 승강기 설치 등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0205 ㅈ일보


'피난용 승강기 설치 등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에서 '피난용 승강기 설치 등'은 어디에 걸리는가? 의당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에 걸리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난용 승강기 부재'가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이지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일 수는 없다. 따라서 '피난용 승강기 설치 등'이 아니라 '피난용 승강기가 없는 등'이라고 해야 이것이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에 걸릴 수 있게 된다. 다른 대안도 있다.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는 등'이라고 하면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을 보강해야'에 걸리게 되어 문제가 해소된다. 문장 안에서 문장성분들은 서로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존 건물도 외벽의 내연재를 보강하고, 피난용 승강기가 없는 등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건물도 외벽의 내연재를 보강하고,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는 등 고층화에 뒤진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가 선명하게 드러나게


놀이시설 특성상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를 많이 사용한 데다 미로 같은 복도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 인명 피해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0205 ㄷ일보


위 문장에서 서술어는 '인명 피해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이고 주어는 '놀이시설 특성상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를 많이 사용한 데다 미로 같은 복도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이다. 문제는 주어와 서술어가 의미상 적절하게 맺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명 피해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의 주어로서 잘 맞는 것은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와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굴뚝 역할을 한 미로 같은 복도'이지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 아니다.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은'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원인이 아닌 결과가 '인명 피해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고쳐 쓸 때 원인과 결과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놀이시설 특성상 스티로폼 같은 가연성 소재를 많이 사용한 것과 굴뚝 역할을 한 미로 같은 복도가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빠르게 확산돼 인명 피해를 낳은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연결어미는 문맥에 맞게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하긴 했어도 자칫 초고층으로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0205 ㄷ일보


경기도 동탄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 관한 논설이다.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하긴 했어도'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자칫 초고층으로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는 의미상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어도'가 양보나 가정의 뜻을 지니는 연결어미인 만큼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하긴 했어도' 다음에 '인근 초고층 주택으로 번지지 않아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또는 '인근 초고층 주택으로 번지지 않아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등과 같은 말이 왔다면 덜 어색했을 것이다. 요컨대 위 예에서 '했어도'의 '-어도'가 쓰일 이유가 없었다. 그냥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불이 자칫 초고층으로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라고 하면 충분했다. 만일 연결어미를 쓴다면 '-어도'가 아니라 '~으니 망정이지'가 어울린다. 즉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했으니 망정이지' 또는 '불이 상가 건물에서 나고 그쳤으니 망정이지'라고 할 때 이어지는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문맥에 맞는 연결어미를 써야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불이 자칫 초고층으로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불이 상가 건물에서 발생했으니 망정이지 자칫 초고층으로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불이 상가 건물에서 나고 그쳤으니 망정이지 자칫 초고층으로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글다듬기] 마지막 문장은 핵심 주장 뚜렷이 드러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