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문장은 의미가 또렷이 드러나야

by 김세중

문장은 의미가 또렷이 드러나야


한두 개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관현악단처럼 다른 악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0207 ㅈ일보


'관현악단처럼 다른 악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마치 나사가 빠진 기계 같은 느낌을 준다. 안정되고 완전한 문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 문장의 주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앞 문장에 '한두 개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서'가 있기 때문에 혹시 관현악단의 어느 '한두 악기가'가 주어인데 그것이 생략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른 악기 조화를 이뤄야 한다'가 아니라 '다른 악기 조화를 이뤄야 한다'가 되어야 맞다. 만일 주어가 생략된 것이 아니고 '다른 악기가'가 주어라면 그 역시 문제가 있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말은 '여러 악기가'나 '서로 다른 여러 악기가' 등이기 때문이다.


관현악단처럼 다른 악기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두 악기가'가 생략되었을 경우)


관현악단처럼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의미상 호응이 잘 되도록


그러려면 밑그림을 잘 그리고 기초공사부터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지붕부터 올린 격이다.

0207 ㅈ일보


어미 '-려면'이 쓰였으면 이어지는 말은 '~야 한다'라야 의미상 호응이 된다. 위 예에서는 '그러려면 밑그림을 잘 그리고 기초공사부터 하는데'라고 했다. '그러려면 밑그림을 잘 그리고 기초공사부터 해야 하는데'라고 해야 자연스러운 호응이 이루어진다.


그러려면 밑그림을 잘 그리고 기초공사부터 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지붕부터 올린 격이다.



문법적인 호응도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마저 비상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일반 잡범이나 다름없이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0207 ㅈ일보


'한 나라의 대통령마저 비상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일반 잡범이나 다름없이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은'이라고 해도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법적으로는 어그러져 있다. '모습은커녕'에 호응하는 말은 '모습'이 명사이기 때문에 명사여야 하는데 '늘어놓은'이라는 동사가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은커녕'이 아니라 '비상 사태를 챌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처럼 동사구를 써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마저 비상 사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일반 잡범이나 다름없이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사와 목적어는 서로 어울리는 것끼리


법관의 판단에 어느 누구도, 어떤 형식으로도 개입하지 않는 게 법치이며 작금의 혼란을 단축하는 길이다.

0207 ㅈ일보


'단축(短縮)하다'는 '시간이나 거리 따위를 짧게 줄이다'라는 뜻의 말이다. 그래서 '시간을 단축하다', '경로를 단축하다' 등과 같이 쓴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혼란을 단축하는'이라고 썼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독자들이 대개 짐작하겠지만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혼란를 단축하는'이라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혼란을'을 그대로 둘 경우에는 '단축하는'이 아니라 '줄이는' 또는 '해소하는' 등과 같이 써야 잘 어울린다.


법관의 판단에 어느 누구도, 어떤 형식으로도 개입하지 않는 게 법치이며 작금의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법관의 판단에 어느 누구도, 어떤 형식으로도 개입하지 않는 게 법치이며 작금의 혼란을 해소하는 길이다.



논리적 비약은 안 된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에 여야가 일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의 지지율이 최근 눈에 띄게 약진하면서 대선판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정국을 주도하는 1, 2위 주자답게 설익은 대연정 논의를 협치와 상생의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한 건설적 토론으로 바꿔 보길 바란다. 당장 ‘빈손 국회’ 우려가 높은 2월 국회에서 경제·일자리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무리 나라가 어지럽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다고 해도 이건 국회가 아니다.

0207 ㄷ일보


위 글은 '大연정, 소모적 논쟁보다 2월 국회 ‘협치’부터 해보라'라는 제목의 신문 사설 마지막 문단이다. '아무리 나라가 어지럽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다고 해도 이건 국회가 아니다.'는 마지막 문단 중에서 마지막 문장이다. '이건 국회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건'이 무얼 가리키는지 앞에서 설명이 있어야만 하는데 '이건'이 무엇인지를 알만한 내용이 앞에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 대한 언급이라고는 바로 앞에서 '당장 '빈손 국회' 우려가 높은 2월 국회에서 경제·일자리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한 것이 전부다. 최소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언급이라도 있은 뒤에야 '이건 국회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언급 없이 느닷없이 '이건 국회가 아니다'라고 했으니 논리적 비약이 아닐 수 없다. 논리적 비약은 독자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니 글에 공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글쓰기에서 논리적 비약은 언제나 피해야 할 일이다.



비교는 정확하게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보다 ‘부모보다 못살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한다.

0207 ㄷ일보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보다'라고 했으니 '한국의 젊은 세대'와 '다른 나라'를 비교하였다. 그렇게 표현해도 글쓴이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게 보통이지만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보다' 또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에 비해'라고 해야 한다. 혹은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와 비교할 때'라고 할 수도 있다. 짧게 줄여쓰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줄여쓸 수 있는 한계를 넘지는 말아야겠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에 비해 ‘부모보다 못살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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