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줄이더라도 한계를 넘어선 안 돼

by 김세중

호응하는 문장성분이 필요하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번 판결을 원전 안전과 행정절차의 엄밀성,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0209 ㅈ일보


위 문장의 주어는 '원안위와 한수원은'이고 목적어는 '이번 판결을'이며 '원전 안전과 행정절차의 엄밀성,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 계기로'는 보어, '삼아야 한다'가 서술어이다. 그런데 '계기'를 꾸미는 말인 '원전 안전과 행정절차의 엄밀성,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에서 '높이는'의 목적어는 '원전 안전', '행정절차의 엄밀성', '주민들과 소통'이다. 문제는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 계기'에서 '주민들과'가 호응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 계기'라고 하면 '주민들과의'가 '소통'을 꾸미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번 판결을 원전 안전과 행정절차의 엄밀성, 그리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는 의미적으로 잘 맞아야


정국은 ‘촛불’과 ‘태극기’가 어디서 불꽃 하나만 튀어도 폭발할지 모를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0209 ㄷ일보


위 문장에서 '폭발할지'라는 동사가 쓰였는데 '폭발할지'의 주어는 ''촛불'과 '태극기''이다. ''촛불'과 '태극기'가 폭발하다'는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잘 맞지 않는다. 주어를 ''촛불'과 '태극기''로 삼는 이상은 '폭발할지'가 아니라 '맞부딪칠지'나 '격돌할지' 같은 말이 잘 맞는다. 반대로 '폭발할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주어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촛불'과 '태극기'의 싸움' 같은 말이 '폭발할지'와 그런 대로 어울려 보인다. '폭발'과 잘 어울리는 말은 '분노', '울분', '감정' 같은 것들이다.


정국은 ‘촛불’과 ‘태극기’가 어디서 불꽃 하나만 튀어도 맞부딪칠지 모를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정국은 ‘촛불’과 ‘태극기’의 싸움이 어디서 불꽃 하나만 튀어도 폭발할지 모를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줄이더라도 한계를 넘어선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정해졌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다.

0209 ㅎ신문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다.'는 이른바 계사 '이다' 구문이다. 계사 '이다' 구문은 '무엇은 무엇이다'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다'에서는 주어에 해당하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앞 문장에서 생략된 주어에 해당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앞 문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정해졌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는 '이유이다'의 주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유다'라고 할 게 아니라 '이유에서다' 또는 '이유 때문이다'라고 해야 맞다. '이유에서다'를 줄여서 '이유다'라고 썼겠지만 줄일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로 정해졌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조사 일정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에서다.



서술어와 목적어는 어울리는 말끼리 맺어져야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0209 ㅎ신문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는 '최소한의 의무를 지켜야 할'에서 도치되었다. '의무를 지키다'는 좀 더 잘 어울리는 말끼리 연결되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의무를 지키다'보다는 '도리를 지키다'가 더 잘 맞고 '의무'를 굳이 쓴다면 '의무를 이행하다', '의무를 다하다' 같은 말이 잘 어울린다. 따라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또는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등과 같이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심판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매거진의 이전글[글다듬기]  겉뜻과 속뜻이 달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