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 ㅈ일보
'정치인이 이것을 부정하고 불복을 시사한다는 것은 유리할 때만 헌법·법률·민주이고 불리하면 언제든 반(反)민주, 반(反)법치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은 사실 별로 문제될 게 없는 문장이다.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하게 된 것은 '시사한다는 것은' 때문이다. 흔히 이렇게 많이 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시사한다는'이라고 굳이 해야 할까? '시사하는'이라고 하면 안 될까? 안 될 게 없을 뿐 아니라 '시사하는'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시사한다는'은 '시사한다고 하는'이 줄어든 말로서 인용 표현이다. 위 맥락에서 인용은 불필요하다. 인용이 없는 '시사하는'만으로 충분하다. 군더더기는 없는 게 좋다.
0210 ㅈ일보
'이것을 하지 않겠다면 대선 출마가 아니라 국민으로서 기본 자격을 의심해야 한다.'는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독자가 파악하기야 하겠지만 문장 표현 자체만 놓고 보면 말이 안 된다. '대선 출마가 아니라'에 호응하는 말은 '국민으로서 기본 자격'으로, '대선 출마를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서 기본 자격을 의심해야 한다'가 줄어든 꼴이다. 그런데 '대선 출마를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니라'가 말이 안 될뿐더러 글쓴이의 의도도 아닐 것이다. 글쓴이의 의도가 고스란히 문장에 드러나도록 하려면 고쳐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하지 않겠다면 대선 출마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기본 자격을 의심 받아 마땅하다.'라고 하면 글쓴이의 의도와 문장의 의미가 가 훨씬 가까이 접근할 것이다. '대선 출마는 차치하고'나 '대선 출마는 접어두고라도' 같은 말도 가능하겠다. 문장을 대충 쓸 게 아니라 정확하게 써야 한다.
0210 ㅈ일보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한국이 보유한 백신이 부족해 이를 갖춘 영국으로부터 급히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사설 한 대목이다. '영국에 긴급 수입도 요청했다'는 영국에 수입을 요청했다는 것인데 '수입'은 한국이 하는 것이지 영국이 하는 것이 아니어서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국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영국이 취할 행동이고 따라서 '공급'이나 '제공', '수출' 같은 말이 적합하다. 문맥에 맞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0210 ㅈ일보
'시키다'는 남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자기가 하는 행동에 '시키다'를 넣을 필요는 없다. 자기가 '주입하는' 것을 '주입시키다'라고 하고 자기가 '금지하는' 것을 '금지시키다'라고 할 이유가 없다. '편향된 이념을 주입하고', '살아 있는 가축의 농장 간 이동을 금지했다'라고 하면 된다.
0210 ㅈ일보
'지금 구제역과 AI의 창궐은 국가 비상사태나 다름없으며 최고의 국정 현안이다.'에서 '구제역과 AI의 창궐은 국가 비상사태나 다름없으며'는 주어와 서술어가 의미가 잘 호응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색하게 표현하기보다 뜻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나 다름없으며 구제역과 AI의 창궐은 최대의 국정 현안이다.'라고 한다면 뜻이 명료해진다.
0210 ㄷ일보
'국정은 위기상황인데 황 권한대행의 마음이 대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싸다.'에서 '싸다'는 물건 값이 저렴하다는 뜻 외에 '저지른 일 따위에 비추어서 받는 벌이 마땅하거나 오히려 적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싸다'는 '욕 먹어도 싸다' 등에서 보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그리 품위 있는 표현이 아니다. 특히 논설문과 같이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주목적인 문장에서는 별로 맞지 않는다. '싸다' 대신에 '마땅하다' 같은 말이 더 어울린다.
0210 ㄷ일보
'검찰을 틀어쥐려는 국정 최고책임자와 검사의 출세욕이 결합했기 때문이다'에서 조사 '와'로 접속된 것은 무엇과 무엇인가? '검찰을 틀어쥐려는 국정 최고책임자'와 '검사의 출세욕'이 접속되었나? 전자는 사람이고 후자는 '출세욕'으로서 사람이 아닌 추상명사다. 의미상 서로 접속될 수 없다. 또, '국정 최고책임자'와 '검사'가 접속되었다고 보면 그 뒤에 나오는 '출세욕'은 이 두 말에 다 걸리는데 '검사의 출세욕'은 문제가 없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의 출세욕'은 말이 안 되어 보인다. 결국 위 문장은 접속에 실패했다. 의미상 대등한 것끼리 접속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정 최고책임자와'가 아니라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도와' 또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욕구와' 같은 말이 와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