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2 ㅈ일보
단정은 확신한 채 말하는 것이다. 추정은 미루어 짐작해 말하는 것이다. 단정을 하려면 확신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위에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증언대로 북은 애초에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는 단정이다. 북한의 생각을 단정한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증언을 근거로 들기는 했으나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의문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서는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단정하겠다면 단정하는 근거를 대야 한다. 근거가 없이 말한다면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증언대로 북은 애초에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또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증언대로 북은 애초에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도가 적절하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지금도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믿는다.'도 단정이다. 다른 사람의 믿음 역시 제3자가 알기 어려운 법이어서 그렇게 단정하는 근거를 대야 하지만 위 글에서는 그런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지금도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었다고 믿는 모양이다.' 정도로 누그러뜨려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이런 사람들이 다시 정권을 잡고 외교·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는 '높아진다고 한다'라고 해서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남이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고 남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남의 말을 인용할 필요가 없을 때는 인용을 삼가야 한다.
0222 ㅈ일보
위 글은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 기울일 때'라는 제목의 사설 맨 마지막 문단이다. 사설은 논설문의 대표적 사례인데 논설문은 어떤 사안에 대해 글쓴이의 주장을 펼치는 글이다. 따라서 논설문의 마지막 문단은 글의 핵심적인 주장을 결론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글에서 주장하는 바를 뚜렷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글이 무엇을 주장하는 글인지를 알 수 없다. 그런데 위 글은 마지막 문단이지만 무엇을 주장하는지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논설문의 마지막 문단답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늘어나는 가계부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와 같은 문장이 마지막에 나와야만 글 전체의 주장하는 바가 뚜렷이 드러나면서 글이 끝났음도 알 수 있다. 글의 시작은 시작다워야 하고 끝은 끝다워야 한다.
0222 ㄷ일보
'최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이 번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판에'에서 '번지지'는 주어인 '국정 농단 사건이'에 호응하는 서술어로서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번지다'라는 말은 '~에 번지다' 또는 '~으로 번지다'처럼 쓰이면서 '퍼지다', '확대되다'의 뜻을 지닌다. 그런데 위 예에서는 '번지지' 앞에 '~에'도 없고 '~으로'도 없다. 위 맥락에서는 '번지지'보다는 '커지지'나 '불거지지' 같은 말이 어울린다. 문맥에 맞는 단어를 골라 쓸 필요가 있다.
0222 ㄷ일보
'‘법꾸라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검이 수사 막바지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은 것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에서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수사 막바지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은 것'을 '만시지탄'이라고 한 것은 지나쳤다.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수사 막바지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은 것'은 만시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만시지탄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라고 해야 자연스러운 연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