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논리적으로 타당한 말을 해야

by 김세중

'사건'과 '사태'는 다르다


최순실 사건 이후 우리는 고통스럽기는 해도 법과 절차를 밟아 수습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0224 ㅈ일보


'사건'이라 하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이라 사전에 뜻풀이되어 있듯이 어느 특정 시기에 발생한 일을 가리킨다. 위 예에서 '최순실 사건'이라고 했는데 '최순실 사건'은 어떤 사건을 가리키나? 최순실이 일개 사인으로서 국정에 관여한 것은 여러 해에 걸쳐 계속되어 왔지만 국민들이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2016년 10월 이후 비로소 국민이 알게 되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주말이면 대규모 군중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로서 국정에 관여해온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국민이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면서 일파만파로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것을 가리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고 하든지 줄여서 말한다면 '최순실 사태'라고 해야지 '최순실 사건'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적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 이후 우리는 고통스럽기는 해도 법과 절차를 밟아 수습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잘 맞는 표현을 골라 써야


이런 나라가 북한이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싸고도니 북의 만행이 끊어지지 않는다.

0224 ㅈ일보


'끊어지다'와 '끊이다'가 뜻이 비슷한 것 같아도 차이가 있다. 북한의 만행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발생함을 말하면서 '북의 만행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더 정확한 표현은 '북의 만행이 끊이지 않는다'이다. '북의 만행이 끊어지지 않는다'가 적절한 상황은 북의 만행을 북이 아닌 다른 누가 통제하는 경우다. 아닌게아니라 위 예문은 중국이 북한을 자꾸 싸고돌아서 북의 만행이 이어진다고 말한 것이니 '북의 만행이 끊어지지 않는다'가 쓰일법한 상황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억지스럽다. 북의 만행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발생함을 말할 뿐이므로 '북의 만행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나라가 북한이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싸고도니 북의 만행이 끊이지 않는다.



의미 호응이 되게 연결해야


사실 다음달 13일에 퇴임하는 이 재판관의 후임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월 말 박한철 헌재 소장 퇴임 직후부터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 측에서 동시에 나왔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국회 측은 재판관 공백의 장기화에 따른 헌재 사건 심리 부실을 걱정한 반면 대통령 측은 짧은 심리로 인한 재판의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굳이 서둘러서 지명하다 보면 그게 헌재에는 이 재판관 임기 이후로 탄핵 선고를 미뤄도 된다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0224 ㅈ일보


타인이 어떤 걱정을 했는지를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용인한다 쳐도 위 예에서 '탄핵 선고를 미뤄도 된다는 무언의 압력'은 '~도 된다는'과 '압력'이 서로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압력'은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가리키고 '미뤄도 된다'는 허용이나 방임을 가리켜서 서로 맞지 않는다. '압력'은 '미루라는' 또는 '미뤄야 한다는'과 어울린다. '미뤄도 된다는'을 살리려면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가 아니라 '뜻으로 비칠까' 또는 '뜻으로 여겨질까' 따위로 바꾸어야 하고 '무언의 압력'을 살리고자 한다면 '미루라는' 또는 '미뤄야 한다는'을 써야 한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굳이 서둘러서 지명하다 보면 그게 헌재에는 이 재판관 임기 이후로 탄핵 선고를 미뤄도 된다는 뜻으로 비칠까 걱정했다.


하지만 양 대법원장은 굳이 서둘러서 지명하다 보면 그게 헌재에는 이 재판관 임기 이후로 탄핵 선고를 미루라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사건'이 아니라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것


기소중지 처분은 사건을 임시로 중단하는 것이다.

0224 ㅈ일보


'사건을 중단한다고' 했다. 기소중지 처분이란 사건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수사 혹은 사건 처리를 중단하는 것이다. 아마 글쓴이의 의도는 '사건 수사의 중단' 내지 '사건 처리의 중단'이었을 것이다. '수사' 또는 '처리'를 생략하더라도 독자가 생략된 말을 회복해서 이해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는 오로지 나타난 문면만을 보고 뜻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글 자체로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


기소중지 처분은 사건 수사를 임시로 중단하는 것이다.



시제가 일치해야 뜻이 분명해진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한다면 같은 기소중지 처분이라도 퇴임 후 특검의 수사기록이 남아 전면적인 재수사를 받는 운명만은 피했을 수도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0224 ㅈ일보


조건절인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한다면'의 시제는 '응한다면'에 나타나 있듯이 현재이다. 그런데 주절은 '피했을 수도 있었다'여서 과거시제를 쓰고 있다. 서로 맞지 않는다. 일치시켜야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다음 문장이 '아쉬움이 남는다'인 걸 보면 과거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응한다면'이 아니라 '응했다면'이라야 조건절과 주절의 시제가 일치해서 뜻이 분명히 드러난다. '아쉬움이 남는다'만 아니라면 '응한다면 ...... 피할 수도 있다'도 가능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했다면 같은 기소중지 처분이라도 퇴임 후 특검의 수사기록이 남아 전면적인 재수사를 받는 운명만은 피했을 수도 있었다. 아쉬움이 남는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말을 해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은 80%에 육박한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0224 ㅈ일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에서 '탄핵이 인용되든'은 뒤에 오는 내용과 의미상 전혀 맞지 않는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게 되고 따라서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인용되든'은 빠져야 마땅하고 '탄핵이 기각되든'이 아니라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혹은 '탄핵이 기각된다 하더라도'와 같은 말이 와야 한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리한 표현 굳이 써야 하나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출산율이 1.19명(2013년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2750년 우리나라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주자들부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국가 소멸’의 초읽기에서 벗어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0224 ㄷ일보


국회 입법조사처가 출산율이 1.19명으로 지속되면 2750년 한국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하면서 '국가 소멸'의 초읽기에서 벗어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2750년이면 자그마치 733년 후의 일인데 '국가 소멸의 초읽기'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논란을 부를 표현을 쓰느니 무리 없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평범하게 '위기'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출산율이 1.19명(2013년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2750년 우리나라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주자들부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국가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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