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조사 하나도 정확하게 써야

by 김세중

뜻이 모호한, 알쏭달쏭한 말


이번 탄핵심판의 역사적 의미는 달리 얘기할 필요도 없다. 8명 재판관은 외부 압력과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공정한 평결을 내려야 한다. 지금 헌재 주변에선 탄핵 찬반 세력이 연일 집회를 갖고 재판관들 이름을 거론하면서 험악한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체포되기도 했다. 27일 어느 단체 대표는 인터넷 방송에 나와 이 대행의 집 주소와 단골 미용실 위치까지 알리기도 했다. 경찰의 재판관들에 대한 경호에 어떤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탄핵 여부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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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경호에 어떤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탄핵 여부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만일 헌법재판관들이 테러를 당한다면 무법천지가 되는 것이니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재판관들에 대한 경호를 튼튼히 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 있다. 그러나 '탄핵 여부 때문에' 재판관들에 대한 경호를 빈틈없이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금세 와닿지 않는다. '탄핵 여부'와 '나라 지키기'가 어떻게 대비될 수 있는지 설명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설명이 없는 한 '탄핵 여부 때문이 아니라'를 들어내든지 아니면 '탄핵 여부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다.'라는 문장 전체를 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장성분들은 서로 호응해야


정 의장은 담화에 그치지 말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여야 정당과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깨끗한 승복’을 다짐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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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깨끗한 승복'을 다짐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에서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는 호응할 말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다짐하도록'의 주어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다. 만일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신에 '설득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면 문제가 없다.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설득을 해야 한다'가 잘 호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을 다해야 한다'인 이상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는 호응할 말이 없다.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대신에 '주요 대선 주자들'라고 하면 문제가 깨끗하게 해소된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와 '다짐하도록'이 주어와 서술어로서 잘 호응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담화에 그치지 말고 입법부 수장으로서 여야 정당과 주요 대선 주자들 ‘깨끗한 승복’을 다짐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보조사 남발 말아야


현대인의 필수불가결한 소지품인 휴대전화 번호를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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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에서 '현대인의 필수불가결한 소지품인 휴대전화는'은 나머지 부분과 잘 호응하지 않는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 이런 부자연스러움은 '휴대전화'에서 '는'을 떼어내 그냥 '휴대전화'라고만 해도 가볍게 해소된다. 보조사는 남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조사를 남발하면 글이 편하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필수불가결한 소지품인 휴대전화 번호를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조사 하나도 정확하게 써야 문장의 뜻이 선명해져


홍 씨 사례는 낙하산 인사가 국가 경제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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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에서도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지'는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는 표현이기는 하나 '국가 경쟁력에서도'의 '에서'와 호응할 말이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쳐 쓸 필요가 있다. '해악을 끼치는지'와 호응할 수 있는 말은 '국가 경쟁력에도'이므로 '에서도' 대신에 '에도'를 쓰면 된다. 조사 하나도 정확하게 쓸 때 문장의 뜻이 선명해진다.


홍 씨 사례는 낙하산 인사가 국가 경제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에도 얼마나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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